[최정식 칼럼]
상하이자유무역시범구의 모순
지난 9월 29일, 한정(韩正) 상하이시 당서기, 양슝(杨雄) 상하이 시장, 까오후청(高虎城) 국무원 상무부 부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하이자유무역시범구 현판식이 조촐하게 개최되었다. 참석 여부로 관심을 끌었던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 리 총리의 불참에 대해 해석이 구구하다. 금융개방을 둘러싼 중국 지도부간의 대립, 시범구 지역에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부는 것에 대한 비판적 여론, 시범구 성공의 불확실에 대한 정치적 부담 등 뒷말이 무성하다.
자유무역구 흥행 반쯤 성공한 듯
상하이시 중환선도로의 북동쪽을 따라 가다가 황푸강(黄浦江) 지하터널을 건너 우저우(五洲)대로를 진입하면 이내 시범구를 알리는 도료표지를 발견할 수 있다. 기존 와이가오차오(外高桥) 보세구의 표지판을 뜯어 새로 시범구의 표지를 단 흔적이 뚜렷하다. 지난 10월 10일 긴 국경절 연휴 후 시범구 관리위원회를 방문했다.
23층의 관리위원회 건물은 와이가오차오 보세구 건물을 이용하였다. 1층 로비는 100여명의 사람들로 북적이었다. 모두 36개 창구마다 담당 공무원이 자리잡고 상담자를 맞이하고 있다. 1호 창구는 증서 수령, 2호에서 6호 창구는 자료송부, 10호 창구는 외자설립/변경 상담을 담당한다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1층 정문 앞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이에 부동산중개소 직원은 전단지를 나눠주며 사무실의 임대, 매매를 소개하느라 분주하다. 시험구의 흥행은 언뜻 보기에 반쯤은 성공한 것 같다. 특히 시험구 주변의 부동산 경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자유무역구 5대 특징
시범구 관리위원회 부주임 지엔다녠(简大年)은 시범구에 대해 5대 특징으로 정리했다. 첫째, 시범구는 보세구의 일반적인 정책에 제한되지 않는다. 둘째, 시범구는 전통적인 자유무역구에 얽매이지 않는다. 셋째, 시범구는 싱가폴 등의 자유항 모델과는 다르다. 넷째, 시범구는 통상적인 개발구의 구조적 내용에 구속되지 않는다. 다섯째, 시범구는 스스로의 건설발전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5대 특징에 모두 아니 부(不)자를 사용했다. 해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달도 아니고 별도 아니란다.
국무원, 투자·무역촉진과 금융개방으로 분류
<중국(상하이)자무무역시험구 총체방안>은 중국 공산당 중앙과 국무원이 작성한 것으로 시범구의 전체적인 계획, 목표, 주요 정책을 정리한 것이다. 이 <총체방안>을 살펴보면 시범구의 윤곽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총체방안>은 크게 투자 및 무역촉진과 금융개방으로 분류된다. 투자분야에서는 금융, 항만∙운송, 상업∙무역, 전문, 문화, 사회서비스 등 6개 영역에서의 대외개방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산업에 대해 Negative list 방식을 채택하여 종래의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여 외국기업의 투자 자유화를 실현하고 있다.
무역분야에서는 통관절차를 간소화해 기업의 편의를 최대화하고, 해운금융, 국제선박운수 및 관리 등 해운산업의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중국계 기업의 편의치적선의 중국 내 항구와 상하이 간 환적 업무를 허용하고 있다.
금융분야에서는 그 동안 경상계정으로 제한되었던 위엔화의 자본계정 자유 태환과 금리자유화 등을 시행하고 외환관리개혁을 추진하며, 중국의 민간자본 및 외국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금융업을 확대 개방할 계획이다.
기존 보세구에 일부 확대 개방에 그쳐
모든 정책은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 목표가 정책을 통해 실현되는지는 별론이다. 즉 정책의 수단이 목표에 잘 부합하지 않을 때 그 정책은 매우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시범구의 초기 모습이 그런 것 같다. 시범구는 어떠한 미사여구로 치장하더라도 기존의 보세구에 일부 서비스, 금융 분야의 개방을 확대한 자유무역구에 지나지 않다.
우선 시범구는 자족적으로 운영되기에는 지나치게 면적이 좁다. 와이가오차우 보세구와 물류단지, 푸동공항종합보세구, 양산보세항구의 기존 4개 보세구를 합쳐서 만든 시범구는 면적이 28만여㎢로서 여의도 면적에 해당하며 상하이시 전체 면적의 0.45%에 지나지 않다. 작은 모의 시험장과 같다. 물론 면적이 적다고 해서 반드시 그 파장이 작다고 할 수는 없다.
외국인투자 제한·금지업종 등 규제 풀지 않아
그런데 서비스, 금융 분야의 개방은 지엔다녠 부주임의 발언을 무색하게 한다. 외국인투자산업에 대해 Negative list 방식을 채택하였다고 하지만, 중국의 고유한 외국인투자정책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즉 <외국인투자지도산업목록>에서 외국인투자의 제한류, 금지류로 정한 업종은 시범구에서 여전히 제한되거나 금지된다. 따라서 시범구가 별도로 정책을 발표하여 <외국인투자지도산업목록>에서 제한되거나 금지된 업종의 각종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외국인투자의 자유는 실현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시범구는 여전히 Positive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 아닌가 한다. 일례를 들면, <총체방안>은 외국법률사무소가 중국법률사무소와 합작하여 법률사무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시범구 관리위원회는 중국의 기본 법률이 적용되므로 외국법률사무소는 정식 법률사무소가 아닌 대표처만을 허가하며 그 대표처의 업무범위는 중국 기본법규에 따라 제한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새롭게 개방된다고 하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비단 법률사무소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시범구가 개방했다는 금융리스업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부분개방 아닌 전면개방 요구 커질 것
리커창 총리가 시범구의 현판식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시범구의 초기 모습은 국무원 총리가 참여할 만큼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언론은 여러 관계자의 말을 빌어 중국의 제2개혁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개방이 개혁을 낳고 개혁이 발전을 불러온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시범구의 출발은 종전 보세구의 불편을 해소하고 일부 분야의 개방을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음에도, 왜 제2의 개혁이고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획기적인 실험이 될 것이라고 하는가? 우리는 여기서 중국의 고민과 모색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 중국은 제2의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기존의 부분적 개방이 아니라 전면적 개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할 것이며, 시범구의 여러 시험과 모색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