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세종대왕이 ‘한문을 공부할 기회가 없는 일반 백성들도 문자를 배우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연구해 만든 한국 고유의 언어이다. 발성기관의 모양과 천지인을 이용해 창제된 한글은 과학성을 방증하는 대표적 문자이자 세계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창제자, 반포일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한류의 영향과 익히기 쉽다는 장점으로 문자가 없는 국가에도 보급되고 있는 등 한글의 사용자 수와 우수성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사이에서 한글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과 각종 SNS에서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볼매(볼수록 매력 있다)’, ‘깜놀(깜짝 놀라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과 같은 줄임말 및 신조어가 난무하고 있다. 이어 현 세대의 의식차로 바른 한글 사용에 대한 경각심마저 크게 무뎌지고 있으며 잘못된 한글의 남용으로 “어떤 것이 바른 사용 방법인지 모른다”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한글날을 맞이해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418명 중 94.3%가 ‘바른말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아울러 국립국어원에서 금년 6월부터 8월까지 59개 공공기관이 작성한 보도자료 687건을 분석한 결과, 맞춤법을 포함한 띄어쓰기, 외래어∙외국어 남용, 어휘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하이에서 거주중인 교민들에게도 중국어, 영어, 한국어가 혼용돼 있는 환경적 특성상 줄임말, 신조어 외 ‘외국어 섞어서 쓰기’, ‘외국어를 직역해 사용하기’와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인화 씨는 최근 아들의 한국어 표현법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엄마, 오늘 French Class가 있었는데 완전 Interesting 했어’ 라고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오늘 불어 수업이 그렇게 재미있었어?’라며 은연 중 바른 한국어 표현법으로 고쳐주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한국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임 씨는 “인터넷 용어를 그대로 현실에서 사용하고, 문자 메세지에서도 맞춤법, 띄어쓰기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모습을 보면 어디서부터 고쳐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일단 학과 공부가 우선이니 크게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 자기소개서를 쓸 때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임 씨의 아들은 “어떤 부분에서 띄어 써야 할지 ‘ㅙ’와 ‘ㅚ’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카카오톡에서 친구들하고 얘기할 때 나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줄여 쓰기도 하고 ‘ㅇㄱ(열공)’같이 자음만 쓰기 때문에 꼭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영국계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미진 양은 “하루에 반 이상을 영어를 사용하는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해졌다”며 “한국어로 표현하면 의미전달이나 감정이 잘 전해지는 것 같지도 않고, 어색한 것도 있어 영어로 이야기할 때가 많다”고 외국어를 섞어서 쓰는 문제점에 대해 반론했다.
이처럼 훼손된 한글을 사용하는 현상과 관련해 주상하이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한국어 강사 김 씨는 “한국어의 단어 및 문법에 글자 수가 많은 점 혹은 서술형 방식의 표현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한국어 사용의 어려움과 불편함이 이해되지만 한국어가 가벼워 보이거나 화자가 교양이 없어 보이지 않도록 올바른 국어사용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강구해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또한 “학교 및 교육기관의 교사, 부모의 모범적인 언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어 수업시간 및 학교, 학원에서는 단어 사용과 언어표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며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이어 상하이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엄 교수도 “인터넷의 보급으로 채팅, SNS가 보편화되고 파급력이 강한 예능프로그램 같은 곳에서도 자막에 줄임말과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이 원인”이라며 “언어는 사회 흐름을 반영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그에 맞춰 신조어들이 줄지어 탄생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상을 탓하기 보다는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한글에 관심을 갖고 의식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공선옥 작가 또한 인터뷰에서 “외국어를 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한글을 제대로 사용해야만‘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라며 올바른 한글 사용에 대한 의견을 남겼다.
사람에게 있어 언어는 생활과 분리할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로, 음성이나 문자 등을 통해 한 사람의 인격과 깊이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때로는 인생을 결정짓는 마지막 칼날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은 항상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아직 깨닫지 못하고 줄임말, 신조어 등 잘못된 한글을 남용하는 아이들이 하루빨리 바른 한글 사용에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품위 있고 건전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한글 사용 나침반’이 돼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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