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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⑧] 항일 영화배우 ‘김염’ 불꽃처럼 살다

[2013-11-12, 07:21:05] 상하이저널
상하이저널 창간 14주년 기획
상하이•화동지역 우리 역사를 찾아서
- 역사문화인물 ⑤중국 영화황제 김염
 
김염(1910.4.7~1983.12.27)
김염(1910.4.7~1983.12.27)
 
중국 영화 황제 조선인 배우 ‘김염(본명 김덕린)’. <중국영화 100년사>에 중국영화 황금시기 1930년대를 수놓은 거장으로 꼽히는 그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지 않다. 김염 탄생 100주년 추모행사가 지난 2010년 상하이에서 열렸고 이듬해 <김염평전> 출판기념회가 개최되면서 비로소 교민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훨씬 이전 2003년 그의 외손녀 박규원씨가 <상하이 올드 데이스>라는 책을 펴내면서 화제가 됐었지만 최근 몇 년 새 불꽃 같은 그의 삶이 재조명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영화황제, 국가 1급 배우

김염(金焰), 그는 이름처럼 불꽃처럼 살았다. 1910년 4월 7일 서울에서 태어나 상하이 영화제작소 부주임, 상하이 인민대표대회 대표, 중국영화작가협회 이사 등으로 활약했다. 당시 조단(趙丹), 백양(白楊)과 함께 중국 국가 1급 배우로 임명되어 마오쩌둥(毛泽东)의 접견까지 받은 조선인 영화배우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독립운동가 아버지가 중국으로 망명하면서 함께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 1919년 김염이 10살 되던 해 아버지가 일본 밀정에게 독살당한 뒤 가족과 헤어져 지내야 했다. 지난(济南)과 톈진(天津)에서 고학으로 중고등학교를 다니다 영화배우의 꿈을 안고 1927년 상하이로 온 김염. 그의 나이 18세에 쑨유(孫瑜) 감독에게 발탁되면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 후 여러편의 영화에 주연을 맡게 되면서 1930년대 그의 대표작 ‘대로(大路)’(1934)을 비롯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중국영화 황제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1935년 영화배우 왕인미와 결혼에 실패한 후 1947년 중국 영화황후 진이(秦怡 91세)와 두번째 결혼하게 되었다. 당시 저우언라이(周恩来) 총리는 중난하이(中南海)에 초청한 특별 연회에서 김염의 손을 잡고 “중국의 영화황제이자 동시에 중국의 부마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마요’라는 것은 영화황후 진이의 남편이라는 뜻.
 
김염평전 출판기념회(2011)
김염평전 출판기념회(2011)
 
미망인 진이(秦怡) 2년전 모습
미망인 진이(秦怡) 2년전 모습
 
 
항일 애국의식 고양시킨 영화배우

그의 영화인생을 재조명하며 항일 영화배우라고 칭할 수 있는 대목은 많다. 20살 때 이미 상하이 최고의 스타가 된 그는 그 무렵 항일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브로마이드에 직접 서명해 팔기도 했다. 중일 전쟁 후 일본이 제안한 출연요구를 거절하며 피신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미망인 진이는 당시 김염이 폐교위기에 놓인 인성학교를 위해 교육국에 공문을 올리고 상하이시장을 만나는 노력을 했었다고 전한다.

또 중국이 1차 국내혁명에 실패한 후 국민당반대파들은 혁명 근거지를 향해 포위토벌을 감행할 당시 상하이의 좌익작가들이 단결해 국민당 반대파와 맞서 싸울 것을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루신(魯迅)을 비롯 시나리오 작가 전한(田漢) 등은 좌익작가연맹을 설립했는데, 당시 김염은 영화인으로서 좌익의 편에서 대중들의 항일의식과 애국의식을 고양시켰다.

<중국영화황제 김염>을 펴낸 김창석 연변출판사 편집장은 “당시 멜로영화 위주로 여성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는데, 김염을 선두로 반제, 반봉건이라는 시대적 주제를 다룬 좌익영화가 부흥하면서 영화가 단순한 오락에 머물지 않고 문예의 대중화를 선호하면서 진정한 예술의 영역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었다”라며 좌익작가연맹이 설립된 1903년대는 ‘김염의 연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방 후 중국 영화계에서 소외당한 김염은 문화혁명 때 혹독한 정치 박해를 받았다. 이후 위병을 비릇해 갖은 병에 시달리다가 1983년 12월 27일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미망인 진이는 현재 상하이 쉬자후이(徐家汇)에 거주 중이다.
 
6명이 독립운동가인 집안

그가 살았던 시대와 환경이 그로 하여금 항일, 반제국을 부르짖게 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가족 중 무려 6명이 독립운동가인 평범하지 않았던 집안 분위기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김염의 아버지 조선 항일지사 김필순은 한국 최초 양의사로 세브란스의전 1회 졸업생이다. 그는 2011년105인 사건에 연루되어 중국 망명길에 올랐다. 헤이룽장성 치치하얼(齐齐哈尔)과 길림성 통화(通化)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중 일제 밀정이 꾸민 독살음모에 41세 나이에 일생을 마감했다.

아버지의 죽음 후 김염은 상하이의 고모와 함께 살게 된다. 그의 고모부는 상하이임시정부 초대 외무총장을 맡은 김규식이다. 김규식은 만주 왕청현에 설립한 사관학교에서 독립군을 양성하고 북로군정서 대대장으로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고려혁명군 총사령관으로 무장활동을 전개했다. 또 상하이에서 여운형과 함께 임시정부가 운영하는 인성학교에서 영어과목을 맡기도 했다.

고모 김순애는 신한청년단 이사겸 상하이 대한애국부녀회 대표를 지낸바 있다. 김염의 사촌인 김마리아는 3.1운동과 2.8동경유학생 독립선언을 주도했던 대한애국부녀회 회장을 지냈다. 또 상하이임시정부에서 대한적십자회를 창설한 서병호는 김염의 고보부이며, 상해한인청년당을 창설한 서재현(서병호의 아들)와는 사촌지간이다.
 
푸서우위엔에 잠든 김염
푸서우위엔에 잠든 김염
 
 
칭푸 푸서위엔에 잠들다

김염은 홍췐루에서 30여분 거리의 칭푸구(青浦区) 와이칭공루(外青松公路) 푸서우위엔(福寿园)에 잠들어 있다. 인문, 공익, 예술, 과학기술 분야의 중국(상하이) 유명 인물들의 묘비가 서있는 명인묘역 2호문에 들어서면 10여미터 앞 중링위엔(钟灵苑)구역에 화강암에 새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푸서우위엔은 묘역이라기보다 인문기념공원 등 조경과 조각이 잘 돼 있는 쉼터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집안에 태어나 반제 반봉건 영화를 추구하고, 항일 애국을 고양시키며, 불꽃처럼 살다간 중국영화황제 조선인 배우 김염. 그를 찾는 이는 거의 없다. 미망인 진이도 건강이 악화돼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공원으로 중국 1급 배우를 만나러 가보자.
 
<上海福寿园>
青浦区外青松公路7270弄600号
021)3982-0026, 400-921-6921
 
▷고수미 기자

푸서우위엔 정문
푸서우위엔 정문
 
푸서우위엔 내 인문기념공원 copy
푸서우위엔 내 인문기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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