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3중전회 폐막 앞두고 시진핑 체제 향후 개혁과제 제시
당국, 여론 관리 강화대책 추진… 75만 언론종사자 공무원화 고려
베이징(北京)에서 9일부터 열리고 있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맞아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 정부와 시장 간 역할 재설정, 공평 및 정의 등 3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3중전회는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향후 10년을 관통하는 집권 청사진을 도출하는 회의다.
신화통신은 11일 '시험대에 오른 3대 개혁 과제'라는 글에서 "중국이 경제 기적의 역사를 어떻게 다시 쓸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경제발전 방식에 대해 최근 빈발하는 스모그를 예로 들며 "이는 환경 재해뿐만 아니라 에너지 과다 소비형 성장 모델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지난 십수 년간 낙후한 생산 능력을 도태시키는 데 주력해 왔지만 에너지 과다 소비형 산업이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일부 지방정부의 철강 산업 과잉 투자를 비판했다. 철강 생산이 넘쳐나도 지방정부들은 '녹색산업'으로 포장하고 중복 투자를 일삼아 환경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통신은 지방 채무 증가와 부동산 거품도 경제 발전 방식 전환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목했다.
정부와 시장 간 역할 재설정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행정 심사를 지적했다. 이 통신은 "인허가가 임의적인 데다 규범화돼 있지 않아 1000만 개 이상의 민영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만능 정부'를 '서비스형 정부'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정부의 3공 경비(출장비, 접대비, 차량 구매·유지비) 공개, 기구 축소, 공무원 재산 공시는 하나하나가 모두 어려운 일"이라며 개혁으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재산 공개는 지난해 명망가 40명으로 구성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특별초빙감찰원이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에게 직접 요구하는 등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공평 및 정의 문제에선 공공재의 부족을 꼬집었다. 경제발전과 함께 교육 의료 사회보장 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해 사회적 불공평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개혁의 방법론으로 모험이 아닌 안정 속에서 변화를 이뤄 내야 한다며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발전 추구)'을 제시했다.
이들 과제와 별도로 중국 당국은 여론 관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언론계 정화를 위한 일련의 대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지난달 돈을 받고 국영 기업 비난 기사를 게재했던 신콰이(新快)보 사태 이후 정부 차원에서 민영 매체에 대한 단속 강화를 추진 중이다.
당국이 검토 중인 방안으로는 언론사 간 합병이 거론된다. 이는 언론계 내부의 '악성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지난달 상하이(上海) 원신(文新)미디어그룹과 제팡(解放)미디어그룹이 통합됐다. 또 상업적인 인터넷 사이트에서 뉴스나 시사 문제를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선전 당국은 75만 언론 종사자 전부를 공무원 신분으로 바꾸는 조치까지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03년부터 신화통신 등 일부 관영 매체를 제외한 전 언론사를 민영화했다. 보도지침으로 통제하고는 있지만 경영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에는 신문 1918개, 잡지 9867종, 방송사 360개가 등록돼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으로 신분을 바꿔도 실제 비용은 많이 들지 않으면서 통제는 강화할 수 있다"며 "다만 런민일보의 인터넷 사이트 런민왕(人民網) 등을 상장한 데서 볼 수 있듯 언론사를 시장화한다는 기존 방침에 역행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 저작권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