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양국의 마음을 잇는 소나타
문화원 ‘Joint Piano Recital’ 개최
지난 달 28일 목요일 저녁, 한국과 중국 간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녹이는 피아노 선율이 주상하이한국문화원(漕溪北路396号501室)을 감돌았다. 선율의 근원은 한국의 정신애 피아니스트와 중국의 팡쩐(方震) 피아니스트.
공연 전인 오후 5시, 합주곡인 ‘Ma Mere L`oye(어미거위) for piano’를 연습 중이던 두 사람을 찾았다.
정 씨와 팡쩐은 과거 상하이음악학원에서 스승인 쨔오샤오셩(趙皢生)에게 함께 가르침 받으며, 친구의 연을 맺어왔다. 그러다 이번 합동공연을 위해 1년 여 만에 재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료로 열린 이번 공연의 취지에 대해 정 씨는 “상하이 한국 교민들과 중국인들 간에 언어적 장벽을 넘어, 음악이란 공통언어로 공감하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소개했고, 팡 씨는 “더불어 이번 협연을 통해, 음악가로 성장하고 싶은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어린 교민학생들을 격려 하고, 음악 선배로서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각자의 나라에서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과연 학창시절 두 사람은 어떤 사이였을까? 우선 팡 씨는 “나는 네(정신애)가 무슨 말할지 알 것 같다. 왜냐면 나는 네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대충 뭘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아서”라며,”학창시절 신애는 세심하고, 언어적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수업에 착실한 아이였다”고 칭찬했다. 이에 정 씨는 “서로 종교가 같고, 사고방식이나 음악적 가치관이 많이 닮았다. 그래서 유학 초기 타지에서 외로웠는데, 클래식이라는 공통사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며 회상했다.
기자는 클래식 음악의 ‘클’자도 잘 모르지만, 어린 시절 피아노 레슨을 받았던 기억을 되짚어보면, 매일 똑같은 곡을 연습하느라 몸이 근질근질했던 게 생각난다. 미래의 클래식 음악가를 꿈꾸는 학생들은 특히나 외롭고, 고된 연습의 시간을 견디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이에 대해 팡 씨는 “요즘 주변에 놀 거리가 참 많고, 매일같이 연습하다 보면 그런 유혹들을 뿌리치기가 힘들다”며,”나 같은 경우 부모님의 응원도 받고, 피아노를 칠 때 진정 행복해하는 자신을 발견한 후로는 그저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했다. 피아노가 나의 장난감이었고, 음악연습에 지쳐도 곧 다시 음악에 위로 받았다”며 우문현답 했다.
정 씨는 학생 개인 노력 외에도 가족들의 지지를 강조했다. “어린 나이에 장시간 앉아서 같은 곡을 연습하다 보면, 쉽게 질리기도 하고, 나가서 놀고 싶은 마음에 해이해진다”며,”그럴 때마다 어머니가 곁에서 독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게 가장 큰 힘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최근 매일같이 새로운 아이돌 가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많은 젊은이들은 그들의 노래에 열광한다. 갈수록 빠르고 직접적인 것만 찾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클래식음악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소개해줄 클래식음악의 묘미를 물어봤다.
우선 팡 씨는 “클래식음악은 생명력이 길다”며,”청중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3,400년 전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만든 음악은 몇 세기가 흐른 지금도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한다. ‘만약 대중가요가 몇 세기 이후에도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정 씨는 “음악가의 작곡 취지가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듣는 이에 따라, 연주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이 클래식의 묘미다”며,”같은 연주자라도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고, 어떤 문화와 환경을 접하게 되느냐에 따라 매 순간 곡 해석이 변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메이크업을 위해 아쉽게 자리를 떠난 팡쩐을 뒤로하고, 정 씨에게 마지막으로 차후 계획을 물어봤다.
“아마 이 친구도 나의 생각과 비슷하리라 본다. 우선 현재 교육자의 책임을 다하고, 그 외에 여러 연주자들과 협연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더 넓히고 싶다. 그리고 이번 협연은 내가 기획한 것인데, 차후에도 이런 재능기부를 통한 국제교류 음악행사도 종종 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상하이에듀뉴스 이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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