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의 진화가 주는 의미는?
중국에서는 은행도 인터넷쇼핑몰에 점포를 연다. 5만개 점포와 7억명의 고객을 거머쥐고 있는 중국 최대의 B2C 사이트 티몰(Tmall)에는 일례로 중국의 유력은행인 쟈오퉁은행이 플래그쉽 점포를 열고 펀드, 보험, 대출업무를 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쇼핑몰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의 업종을 넘나드는 흡입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은행에게 가상점포 자리를 내주고 자리값 받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인터넷 쇼핑몰들이 스스로 은행이 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은 시간과 비용 절감을 원하는 실속파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찾는 곳이라는 한계를 벗어난지 이미 오래되었다.
인터넷 쇼핑몰이 은행이 되려는 시도가 무모하게도 들리겠지만, 이것은 중국이 금융문제를 풀기 위해 민영은행 설립을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생겨난 변화다. 이미 중국에는 10여개의 기업들이 은행 만들기를 원한다고 손들고 나서서 정부의 허락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 수억 명의 소비행태 등 세세한 생활패턴까지 데이터로 차곡차곡 저장해 갖고 있는 중국의 거두 온라인쇼핑몰들은 이 상황에서 은행영역까지 확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사업안목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몇 년전 자사 사이트를 이용하는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해 사회적 기업의 용모까지 갖춘 알리바바는 ‘위어바오(余额宝)’라는 금융상품까지 출시해 여유돈을 굴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곳간지기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자체 개발한 제3자지불시스템인 즈푸바오를 통해 금융상품을 구입하도록 했는데, 위어바오가 출시된 지 3개월만에 운용액이 500억 위안에 이를 만큼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비단, 알리바바 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매장에서 시작한 쑤닝이거우, 징둥상청, 중국 최대 메신저 QQ를 만든 텐센트도 은행업에 진출하겠다는 의향을 강하게 내비쳤다.
비금융기업이 은행업에 발을 담글 경우 기존 은행과의 경쟁과 고객확보에 있어 승산이 불확실하지만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이미 무수히 많은 고객들과 상당히 친밀감있는 거래를 지속해왔기 때문에 고객 확보면에서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은행이 커버하지 못해 사채시장을 떠돌아야 하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전자상거래 기업의 주력 고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터넷 기업중에서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은 비단 전자상거래 기업만은 아니다. 바이두와 같은 포털업체들도 은행설립에 관심이 많다. 바이두는 올 상반기 관계기관으로부터 대출업무 자격심사를 받았고 바이두 산하의 소액 대출사가 상하이에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바이두도 단골 소형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중소상공인 누구나 해외로 수출하는 꿈을 실현시키겠다며 알리바바라는 B2B사이트가 생겨난 지 10여 년만에,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잘나가는 웬만한 온라인 사이트와 앱을 인수하거나 지분참여하며 분야를 넘나드는 공룡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알리바바 등 유수의 전자상거래 기업과 연계를 맺지 않은 독립 사이트들이 어떻게 생존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매체에 오르내릴 만큼 거두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핵폭탄급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들은 몇 년전만 해도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금융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기업들은 경주마처럼 눈가리개를 하고 전통적인 소임만을 다하는 외길 질주의 운명을 벗어난 지 이미 오래다. 선진국에서만 눈에 띌 것 같은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진화를 거듭하는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모델처럼, 이곳 중국에서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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