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0년간의 영웅’을 버렸다
지난 30여년간 연평균 10%대의 고성장을 한 중국이 영웅을 버렸다. 중국의 두 자리수 성장의 이면에는 지방정부가 있다. 중국의 지방정부 성장(省長)들은 승진을 위해 지방정부를 마치 회사처럼 운영했다. 중국의 지방성의 지도자들은 월급쟁이 사장이 회장에게 잘 보이려고 임기 내에 매출증가에 목숨 걸듯이 중앙정부에 잘 보이려고 GDP성장률에 목숨 걸었다. 지방 관리들의 성적표의 가장 중요한 항목을 GDP성장률에 맞추어 놓다 보니 ‘GDP성장률’이 바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영웅의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GDP는 두 자리 수 성장했지만 전국토의 4분의 1이 독성스모그에 노출되었고 지방국유기업의 부실, 환경 파괴가 심각하게 대두되었고 지방정부의 부채가 17.9조위안으로, GDP의 39%에 달할 정도로 커져 국가의 금융안전에 위협을 줄 정도로 문제가 되었다.
고성장에 익숙한 중국경제에 시진핑은 집권하자마자 바로 성장률 목표를 낮추고 안정제를 먹였다. 30년간 중국경제의 영웅이었던 ‘GDP성장률 중시정책’을 버렸다. 시진핑 정부는 내년부터 적용될 지방정부 지도자들의 성과평가기준을 바꾸었다. GDP성장률보다 자원소모, 환경파괴, 부채증가 등의 요소의 비중을 더 높였다. 그래서 GDP를 높이려고 자원과 환경 그리고 부채를 손대면 오히려 낮은 성과를 받게 만들었다.
2014년 중국경제는 ‘개혁’의 해
관심을 집중시켰던 중국의 2013년 경제공작회의가 끝났다. 결과를 보면 세상을 놀라게 할 의외의 발표는 없었다. ‘후유증 없는 성장’을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2014년 중국경제는 시진핑 집권 이후 최근 1년간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의 2014년 경제성장률은 예측기관별로 천차만별이다. 외국계는 높게 보고 중국기관은 낮게 보는 것이 특징이다. 20여개 기관의 예측 치 평균은 7.6%이고 최저는 7.2% 최고는 8.2%선이다. 중국 내 기관들 평균은 7.6%이고 외국계는 7.7%선이다.
G2로 올라선 중국은 국가자산의 60%~70%를 장악한 국유기업덕분에 정부는 전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정부가 되었지만 국민들의 생활은 팍팍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중국 국민들은 G2 어쩌고, 두 자리 수 성장 어쩌고 하면 더 반감을 드러내고 심지어는 무관심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014년 시진핑이 개혁영도소조의 팀장이 되어 직접 실행할 개혁의 핵심은 ‘분배구조 개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유기업을 손봐야 하고 민간의 분배를 높이려면 금융시장을 통해 국유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어야 하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기득권 세력의 부정부패를 잡아야 한다. 그래서 시진핑 개혁의 우선 순위가 바로 제도개혁인 것이다.
시진핑 시대에 성장률 7%가 높다 낮다는 것의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 역대 G2국가 중 7%대 성장을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7%성장하면 큰일 난다는 것은 오산이다. 그리고 후진타오 시대 1%는 GDP로 환산하면 80조원 내외지만 경제규모가 커진 시진핑 시대 1%는 160조원이상이다. 베이스가 다르다.
민간의 분배 성장률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시진핑의 분배개혁을 통한 민부론(民富論)의 논리는 이렇다. 10%대 성장하던 시절 국유와 민간의 분배비율이 7:3이었던 것을 5:5로 가져가면 7% 성장을 하더라도 민간의 분배 성장률은 3.5%이다. 민간은 10%대의 3%보다 16%나 더 높은 3.5%의 성장률을 누린다. 이것이 ‘시진핑의 신경제학’이다.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을 조심하라!
2014년 중국경제에서 한국이 조심할 것은 국유기업 개혁이다. 국유기업의 비효율만 없애도 GDP가 20%~30%는 바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새 정부는 국유기업의 효율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유기업 운영을 싱가포르 테마섹과 같은 방식으로 자본을 통한 통제방식으로 바꾸어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업원지주제, 스톡옵션 같은 보너스제도를 도입하는 동시에 현재 이익의 5%~20%에 불과한 국유기업의 사회보장기금에 대한 출연비율을 30%까지 올리도록 해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도록 하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한다.
국유기업의 시장화는 국유기업이 지금처럼 정부가 감싸고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장터로 내몰 싸움닭'이라는 것이다. 그 경쟁상대는 바로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이다. 또한 이는 외자기업을 지금까지 돈과 기술을 투자해준 고마운 기업에서 이젠 국유기업과 경쟁을 하는 '외국에서 온 늑대'로 본다는 의미이다.
중국에는 말 잘 안 듣는 ‘원숭이를 길들이려면 먼저 닭을 죽여 피를 보여준다’는 말이 있다. 먼저 잘 나가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하나를 시범케이스로 손 보면 한방에 중국 국유기업의 관행을 고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한중 수교 20년 만에 한국기업은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은 것 같다. 외자에 대한 우대조치가 완전 철폐되고 노동•세금문제에 대해서도 범처럼 무섭게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가 국유기업 개혁 역풍에 여차하면 중국에 진출 한국 기업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환경과 품질에서 걸리면 답이 없다. 인터넷과 핸드폰이 대세가 된 지금 중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벌주는 것보다 국영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더 기업을 길들이기 쉽다. 이미 KFC, 폭스바겐, 애플, 삼성전자가 당했다.
한번 매스컴을 타면 소비자들이 벌떼같이 일어나기 때문에 바로 사과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환경, 품질, 구매, 조세, 노동문제 모두가 이젠 중국 진출기업의 족쇄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