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정유사의 주유소가 판매한 디젤유에서 기준치의 40배에 달하는 수분이 검출돼 이른바 '물탄 기름' 논란이 일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27일 중국석유천연가스(CNPC)가 헤이룽장(黑龍江)성 상즈(尙志)시 웨이허(葦河)진에서 운영하는 한 주유소의 '-20호' 디젤유'에서 0.2%의 수분이 검출돼 정부가 정한 최대 기준치 0.005%의 40배에 달했다고 폭로했다.
이번 조사는 피해 시민의 제보 이후 당국의 의뢰를 받아
헤이룽장성 잘량감독검측연구원이 실시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시민이 넣었다는 기름은 조사가 이뤄진 '-20호'가 아니라 '0호'여서 '0호'의 수분 함유량은 얼마인지 알 수 없다는 데 있었다.
트레일러 차주인 가오잔쥔(高占軍)씨는 문제의 주유소에서 1천900위안어치의 '0호' 디젤유를 넣었지만, 트레일러는 130㎞밖에 가지 못한 채 고장이 났다고 CCTV는 전했다.
가오씨는 정비소의 권유로 연료 노즐을 교체했지만 계속 말썽이 났고 정비소 직원은 기름의 품질 문제를 의심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나중에 문제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차주 5명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실을 알게 된 뒤 당국에 신고했다.
현장 조사를 나간 상즈시 공상국은 '0호' 디젤유가 아닌 '-20호' 디젤유만을 압수해 연구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 CCTV는 CNPC 판매회사의 한 간부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이 일은 회사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폭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상즈시가 상급단체인 하얼빈시 공상국에 보고해 하얼빈시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사건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비롯해 중국 인터넷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헤이룽장성 법학회의 왕쉬쿤(王緖坤) 소비자권익보호법연구회 부회장은 웨이보에 이 사건을 폭로하면서 "수분이 40배나 초과 함유된 디젤유를 당신은 선뜻 넣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자 한 누리꾼은 "국내 주유소에서 기름에 물을 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양이 얼마나 많고 적음의 문제"라면서 "차주들은 모두 이상한 일을 보고도 놀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 저작권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