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칼럼] ‘중속성장’ 시대의 중국, 정보와 유통혁명을 주목하라
양회(两会)시작, 그러나 성장률 기대는 접어야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인대와 정협의 양회(两会)가 시작되었다. 양회의의 하이라이트는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서 주요 경제분야 목표치가 제시되고 정부부처들이 해당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증시에 반향을 불러 일으켜 양회 이후 주가를 상승시키는 동력이 되는 것이 중국의 역대 양회의 양상이었다.
그러나 2014년의 양회에서 성장률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시진핑 1기정부의 목표는 고성장이 아니다. 이미 직전에 끝난 지방양회의 결과를 보면 31개 성중 2013년보다 성장률 목표를 올린 곳은 광둥성 하나뿐이고 21개 성이 성장률 목표를 낮추었다.
통상 12월의 경제공작회의에서 이듬해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에는 성장률 목표제시가 없었다. 이는 2013년과 같은 7%대의 중속(中速)성장을 정책의 목표로 삼는다는 의미다.
새로운 시진핑-리커창 정부는 전임 후진타오-원자바오 정부의 10%대의 두 자리 수 성장에서 7%대 성장으로 목표를 낮추었다. 성장률을 3%p나 낮추었으니 안과 밖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경제의 성장둔화는 위험한 수준일까? 역대 G2 자리에 오른 국가 중 G2였을 때 7%대 성장을 한 나라는 없었다. 미국 경제규모의 55%, 세계경제의 13%를 차지하는 대국이 7%대 성장을 하는 것은 역사이래 없는 일인데 서방세계는 유독 중국이 7%대 성장한다고 하자 중국에 큰 일 난 것으로 보고 야단이다. 7%대 성장을 10년 지속하면 GDP가 두 배가 되고 미국의 경제성장률만큼 매년 2%~3%씩 위안화 절상을 하면 10년 뒤 중국의 GDP가 미국을 뛰어 넘는 성장률이 바로 7%대 성장이다.
과거 30년간 등소평, 장쩌민, 후진타오로 이어지는 3대 성장위주 정부와 시-리 정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등소평은 ‘선부론(先富論)으로 부자’를 만들었지만 시진핑은 ‘분배론(分配論)으로 중산층’을 만들 작정이다. 등소평의 ‘개혁이 성장’을 만들었지만 시진핑은 ‘분배가 발전’을 만든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의 독 스모그, 전통산업 구조조정 가속화의 계기
양회가 열리고 있는 중국의 수도 북경의 독스모그도 중국의 성장률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 같다. 이번 양회는 전국에서 모인 인민의 대표들에게 중국의 자존심이었던 북경의 심각한 독스모그를 광고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고성장을 자랑으로 여긴 지도자들은 완전히 스타일을 구겼다.
지금 ‘시진핑 주석의 최대의 적은 부패한 공무원이 아니라 독 스모그다’. 독스모그를 잡지 못하면 중국 지도자의 통치능력을 의심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진핑 정부는 지방정부 성장들의 업적평가기준을 GDP중심에서 환경과 부채를 추가해 GDP중심의 평가 제도를 바꾸었다.
‘중국의 GDP영웅은 죽었다’는 표현으로 시진핑은 경제정책과 환경에 대한 의도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경제성장률을 높이려고 지방부채를 늘리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면 오히려 승진에서 탈락하게 만들었다. 지금과 같은 전국토의 1/4이 대기오염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면 환경보호에 실패하면 지방고위관리는 옷 벗어야 하는 상황까지 나올 판이다.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시절 금융위기 이후 불황타개를 위한 과도한 전통산업에 대한 투자가 공급과잉을 불러와 과잉설비와 과잉재고, 경기침체를 불렀다. 이번 북경의 독 스모그 사건은 중국의 전통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국민적인 합의를 불러 오고 구조조정의 가속화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Stock경제시대’로 진입한 중국, 정보와 유통혁명을 주목하라
경제를 책임진 리커창 총리의 마음속 성장의 마지노선은 얼마일까? 리커창 총리는 작년에 중국이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저 성장률은 7.2%선이라고 못 박았다. 시-리 정부는 후진타오 정부시대에 죽어도 8%는 지켜야 한다는 ‘바오빠(保八)정책’을 버린 것이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산업구조가 2차 제조업중심에서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3차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뀐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2012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산업구조에 변화가 있다. 2012년 3분기 이후 3차 서비스업이 2차 산업 제조업을 제치고 중국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했다. 정부가 내수중심성장으로 전략을 바꾸었고 19개 공급과잉 제조업종의 구조조정을 시작한 때문이다.
2012년에 GDP의 48%를 차지했던 제조업비중이 2013년에는 41%대로 낮아진 대신 서비스업이 47%로 주력산업으로 등장했다. 2013년 4분기에는 서비스업종의 성장률은 제조업의 7% 성장률을 훌쩍 뛰어 넘는 12%의 성장을 해 중국 GDP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젠 중국경제를 판단할 때 제조중심의 지표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PMI지수도 제조업PMI가 아니라 서비스업PMI가 중국경제를 보는데 더 중요해졌다. 서비스업PMI지수는 2012년 이래로 고공행진이다. 2월에도 제조업 PMI지수는 8개월간 연속 하락했지만 서비스업 PMI지수는 전월대비 1.6%p상승한 55.4를 기록했다.
원자바오총리 집권 10년간 중국이 잘한 것이 있다면 교통과 통신산업의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다. 굴뚝산업의 과잉투자는 환경오염의 원흉이고 구조조정의 대상이지만 교통과 통신산업의 인프라는 중국경제를 도약시킬 받침대다.
미국이 강한 것도 자동차와 정보통신 때문인데 그 그간은 교통과 통신인프라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도로와 통신망투자는 어마어마하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교통과 통신분야에 대규모 투자로 인프라의 재고(stock)를 엄청나게 쌓았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고속도로가 4배가 늘어 났고 모바일망은 6배가 늘어났다.
덕분에 자동차는 연간 2250만대가 팔리면서 미국의 1600만대의 1.4배의 시장이 되었다. 지금 중국 인터넷 가입자는 6억명으로 미국의 2.5억명의 2.4배다. 핸드폰 가입자는 12억명으로 미국의 3.5억명의 3.5배다. 그래서 이젠 제조대국 중국은 잊어버리고 12억명의 모바일 가입자와 1.2억대의 핸드폰과 자동차가 가져올 정보혁명, 유통혁명의 폭발에 주목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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