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 자리에 오른단다. 세계은행 산하 ICP(국제비교프로그램)의 구매력평가(PPP) 분석 결과가 그렇다. 단지 몇 년 앞당겨졌을 뿐,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오히려 언론의 주목을 끈 것은 중국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손사래를 친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일 뿐 세계 1등 경제대국은 아니다’라는 얘기다. “PPP 기준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공산당 일당 통치(專政)의 나라 중국의 체제 정통성은 경제 실적에서 나온다. 그런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을 제친다는 건 환호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는 아니야’라고 물러선다. 왜일까? 그들 주장대로 1인당 소득 수준으로 보면 한참 멀었다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전문가들은 “경제대국으로서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눈을 흘긴다. 탄소배출 억제, 유엔 분담금 증액, 반(反)중국 정서 등을 피하려는 속셈이라는 지적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당시 미국은 중국을 ‘G2(주요 2개국·Group of 2)’로 치켜세웠다. 세계 경제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G2’라는 용어를 거부했다. 이유는 지금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 주변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이웃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외교 사안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도 남중국해에서는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관련국 사이에 긴장의 파고가 높다. 중국과 베트남 선박이 충돌하고, 중국은 급기야 물대포를 동원해 공격한다. 베트남·필리핀 등 당사국들은 “중국이 힘을 앞세워 근거 없는 논리로 남중국해를 독식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정치적으로 중국은 불편한 이웃일 뿐이다. 여기에 미·중 대결 구도가 겹치면서 남중국해는 지금 화약고로 변해가고 있다.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지금 우리 서해에는 중국의 불법 조업선이 떼지어 몰려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해경이 투입되면서 단속이 허술해진 틈을 타 기승을 부린다. 해당 지역 어민들은 불법 중국 어선들이 쌍끌이로 어족을 쓸어간다고 분노한다. 국가적 재난을 당해 나라 전체가 비탄에 빠져 있는 이웃에 할 짓은 아니다. 그들이 주변 외교 원칙의 하나로 내세웠다는 ‘포용성(包)’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외교당국은 ‘단속이 어렵다’고 말한다. ‘중국 경찰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되나? 핑계일 뿐이다’라는 비난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진정한 대국이라면 지금 당장 자국의 불법 조업선 단속에 나서야 한다. 그게 이웃 국민으로부터 존중받는 1등 경제대국의 모습이다.
ICP의 분석대로 중국은 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국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대국이라면, 그건 위협의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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