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중국 농촌 출신으로 도시로 이주해 육체노동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농민공(農民工)'에 대한 임금체불이 심각한 사회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곳곳에서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한 농민공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8시40분 급기야 한 농민공이 중국 정치의 중심지인 베이징(北京) 톈안문광장에서 임금체불을 호소하기 위해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왕씨 성을 가진 53세의 이 농민공은 장쑤(江蘇)성 호구를 갖고 있으며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로 이주해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중앙에 위치한 후베이성 이창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 공사가 진행 중인 곳으로 수많은 농민공들이 이주해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다판(大藩)진의 한 회사 앞에서 26세의 여성 농민공이 밀린 임금 8천위안(약 95만원)을 받기 위해 3시간 동안 속옷만 입은 채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또 작년 9월에는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서 임금체불에 불만을 품은 신발공장 공원 150여명이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다 진압에 나선 경찰을 폭행하고 경찰차를 파손하는 사건도 있었다.
농민공에 대한 임금체불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은 고용주들이 농민공들의 불법 이주 사실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공들은 불법이주자라는 이유로 도시 근로자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사회보험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농민공들의 불만이 커져 사회불안 요소로 떠오르자, 중국정부는 임금체불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기로 하는 등 사태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린(吉林)성 정부는 농민공에 대한 임금체불시 체불임금 청산과 함께 50-100%의 배상금을 고용회사측에 물리기로 했으며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는 임금체불 행위가 드러난 건설회사에 대해 향후 토지입찰 참여를 막고 시공허가증 발부나 준공 검사 등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산시(陝西)성은 정부투자기업이 시공회사에 하청을 줄 때 공사단계별로 공사비를 엄정 집행토록 해 시공사가 현장 근로자의 임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중국정부의 노력도 이미 전체 중국인구의 15%에 달하는 2억명을 넘어선 농민공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지난 5년간 연평균 600만-800만명의 농민공이 증가했으며, 1억2천만-1억3천만명으로 추산되는 농촌 잉여 노동력을 고려할 때 앞으로 20년이 지난 후에야 농민공 발생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민공 문제와 농촌-도시간 소득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중국의 호구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호구제도 폐지로 발생할 수 있는 급속한 인구이동이 오히려 사회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현행 호구제도는 농민 호구를 가진 사람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호구 전환이 불가능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농민이 직장을 찾아 도시로 이주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으로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들은 단지 호구제도 때문에 도시노동자와 차별대우를 받는 가운데 그나마 낮은 임금마저도 체불되는 사태가 급증, 사회적 불만이 높아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