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시사상식]
중국 내 ‘항미원조’를 둘러싼 여러 시선들
대한민국이 치른 첫 번째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싸움터였던 한반도에는 비록 포성은 줄어 들었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1948년 5월 10일 38도선 이남지역에서 유엔 감시하의 자유 총선거가 실시되어 제헌국회가 구성되었으며, 1948년 8월 15일에는 대한민국이 건국됐다. 소련군의 비호 아래 북한지역을 장악한 김일성 등 공산주의자들은 1948년 9월 9일 이른바 '흑백선거'에 의하여 북한지역에 독자적 공산정권인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선포하고 소련을 비롯한 공산 제국의 승인을 얻어냈다.
한반도 무력 통치의 야심을 품고 있던 북한은 소련 스탈린과 중국 마오쩌둥의 지지를 얻은 후,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경, 38도선과 동해안 연선 등 11개소에서 경계를 넘어 대한민국을 기습 남침했다.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조선인민군에 속수무책으로 국군은 낙동강까지 후퇴하고 고전을 겪고 있을 때, 유엔은 북한의 남침이 불법이라 의결하고 지원병을 파병했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에 힘입어 전세를 뒤집은 국군과 유엔군은 압록강까지 진격하였다.
전쟁은 이렇게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1950년 11월, 중공군이 ‘항미원조 보가위국’의 구호를 내세우며 50만 명의 군사를 투입했다. 일명 ‘인해전술’ 앞에서 국군과 유엔군은 후퇴(1.4)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쟁이 장기화되고 사상자가 날로 증가했다. 실로 휴전협정을 맺을 무렵, 중국은 약 1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통계된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유엔군 특히 미군의 압록강 진출은 단연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중공내전이 끝난 지 1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고, 미국은 줄곧 중국공산당의 대립 세력인 국민당을 지지했으며 일본에게도 호의적으로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문제는 전쟁을 미화하고, 자신들을 영웅화시키는 데에 있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百度百科)에는 ‘중국군대가 영광스러운 승리로 위대한 항미원조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以光荣的胜利拉开了伟大的抗美援朝战争的帷幕)’라고 표현한다. 또한 중국 국내에서는 대규모 선전운동이 몇 차례씩이나 일어나서 ‘중국, 조선인민군 필승, 유엔군 침략자 필패(中朝人民必胜、联合国侵略者必败)’의 구호가 널리 퍼졌다. 1951년 6월에는 중국공산당이 전국적으로 전투기, 대포기증운동 추진, 총 55,650억위안(구화폐)의 돈을 걷어들일 수 있었다. 또한, 양건스(杨根思), 치우사오화(邱少华) 등 전쟁영웅상을 만들어 침략자에 대항하는 숭고한 전사들의 모습을 국내에 선전하기도 했다.
중공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한 후에도, 즉, 유엔군이 중국을 침략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안 후에도 중국은 전쟁미화를 멈추지 않았다. 필자가 중국 초등학교에 다닐 시 틀어줬던 전쟁영웅 만화, 중학교 역사책에 중공군 한국전쟁 개입을 미화한 부분, 셀 수 없이 많은 다큐멘터리, 영화 등 모두 중국은 국토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숭고한 전투에 참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3월 18일, 베이징위성(北京卫视) 다큐프로그램 ‘당안(档案)’에서는 ‘위대한 항미원조(伟大的抗美援朝)’라는 제목으로 한국전쟁과 그를 바라보는 중국의 관점에 대해 다뤘다. 프로그램은 중국 드라마 ‘항미원조’ 방영금지 사건에 대해서 언급한다.
드라마 항미원조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소련, 한국, 북한 등 각국의 패권싸움을 다룬 전쟁드라마이다. 2001년 1년여에 걸쳐 촬영을 마친 드라마는 당초 방영심사에 통과했었으나, 9.11사건 발생 후 중•미의 민감한 국제관계 영향으로 중국은 중공군이 참전한 한국전쟁 관련 모든 드라마와 영화의 방영을 금지시킨 바 있다. 이후 2010년 10월, 항미원조와 관련된 방소금지 조치는 해제됐다. 다큐프로그램 ‘위대한 항미원조’에서는 당시 항미원조 사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여론을 비판한 것이다.
전쟁은 승리한 자나 패배한 자나 모두 좋을 것이 없는 가장 잔혹한 행위이다. 한국전쟁은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지만, 많은 사상자를 낸 전쟁으로써 역시 끔찍한 전쟁이었음에 틀림없다. 중국에 살면서 중국의 전쟁 참전 미화와 영웅주의에 현혹되어서는 위험하다. 전쟁을 머나먼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우리 청소년 세대들에게 올바르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역사교육이 필요하다.
▷고등부 학생기자 채민석(상해한국학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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