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계속되더니 이제는 장마란다. 요즘엔 ‘습열’이 몸에 쌓인 아이들이 많은데, 외부 환경까지 덥고 습해지면 맞불을 놓는 것처럼 그 기운이 증폭될 수 있어 걱정이다. 벌써 한의원에는 아이가 기력이 없고 지쳐하며, 감기가 오래 가는 등의 증상으로 한의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장마 기간은 예년보다 길고 강우량도 많을 것이라는데, 이런 때 아이들 건강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몸이 허할 때 습열이 자리 잡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기후가 점점 아열대화 되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몸도 천지의 기운을 따라가 열기와 습기가 축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습열증’이라고 하는데, 기본 체력이 약해졌을 때 많이 나타난다. 크게 보면 더위를 먹는 것(서병)의 한 종류로 정기가 왕성한 사람에게는 잘 생기지 않는다. 아이가 유독 더위를 잘 탄다면 몸이 허하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습열이 쌓였다는 것은 몸속에 열대 우림이 들어앉은 것과 같다. 한 여름 식탁 위에 내놓은 음식이 쉽게 상하는 것처럼, 고온다습한 환경은 부패를 부른다. 습열이 있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염증이 잘 생겨 혀에는 백태가 끼고, 눈꼽이 잘 생기며 대변, 입냄새가 심해진다.
간, 대장 등 열이 쌓이는 곳 따라 증상 달라
좀 더 세분화하자면 오장육부 중 어디에 습열이 쌓였느냐에 따라 증상에도 조금 차이가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습열증은 간, 대장, 담의 경락에 습열이 생기는 경우다. 간에 습열이 쌓이면 눈이 자주 가렵고 눈꼽이 잘 생기며 머리에 땀이 많아진다. 대장에 습열이 쌓이면 배가 자주 아프고 묽은 대변을 보며 대변 냄새나 입냄새가 심하다. 담의 경우에는 목에 땀이 많고 헛구역질을 잘 하며 찬물을 자주 찾곤 한다. 이런 증상이 있는 아이들은 덥고 습한 기운이 강한 장마 때 특히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한방 처방을 통해 관리에 큰 줄기를 잡고 지속적인 생활 관리로 꾸준히 신경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 한의원을 방문했던 한 아이는 감기가 일주일이 넘게 가고 중이염까지 온 상태였다. 진료를 해보니 평소 감기에 걸리면 가래가 많이 생기고 머리에 땀이 많으며, 합병증이 자주 오는 등 간에 습열이 많은 아이였다. 황금, 치자 등 혈분과 간에 쌓인 열을 풀어주는 약재를 이용한 처방으로 현재는 많이 좋아졌다.
정체된 담, 한약 복용으로 풀 수 있어
한의학에서는 습열을 치료할 때 열을 내리고 습을 풀어주는 데 중점을 둔다. 몸속에 잘 돌고 있거나 점막을 촉촉하게 적시는 역할을 하던 물기가 정체되면 콧물, 가래 같은 담이 된다. 몸속 진액의 순환을 막는 이들을 한약 복용을 통해 풀어주는 것이다. 약재로는 습을 풀어주는 활석이 많이 쓰인다. 열이 깊을 때는 황연, 황금 등의 약재를 쓰는데, 황금은 심장과 인체상부의 열을 내리고, 황연은 심장과 비위에 찬 열을 내려준다.
쓴 채소, 율무, 팥… 습열 없애는 건강 식단 차리자
습열이 있는 아이들은 여름철에 입맛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아침식사를 꼭 하기를 권한다. 식사를 잘 거르는 사람들이 더위를 잘 먹는다. 세끼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
녹차나 깻잎, 미나리, 상추 등 씁쓸한 채소는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소고기, 생선과 푸른 채소로 풍성한 식탁을 차려보자. 취나물이나 고사리, 시래기 등 말린 나물을 먹는 것도 바람직하다. 율무는 몸을 가볍게 하고 습기를 제거해 장마철에 좋은 약재다. 율무 가루로 죽을 끓이거나 차로 달여 마시면 좋다. 팥과 호박도 몸속의 습을 제거해주므로 잘게 썰은 호박에 팥을 넣고 호박죽을 끓여 아이에게 간식으로 먹일 것을 권한다.
몸을 움직여 땀을 내는 것도 필수적이다. 운동은 정체됐던 열과 습기가 몸속에 골고루 돌도록 도와준다. 몸의 모든 부위를 풀어줄 수 있는 스트레칭이 좋은데, 매일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물을 자주 마셔 땀과 소변으로 열이 배출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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