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시 상하이?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는 없네요
상하이인근 국제학교 및 국제부 20여 곳, 외국학생들을 모집하는 중국 로컬학교 또한 50여 곳,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빼곡히 늘어선 수많은 사설학원들까지, 상하이는 '교육'에 있어서 중국 내 어느 곳보다 높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똑똑해지기 위해 공부할 곳'은 많더라도 '똑똑하게 놀 곳'이 없는 것이 상하이의 현실이다. 아이들의 놀이터와 놀이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요인으로는 '학교 진학 후부터 벌어지는 입시경쟁'과 '협소한 활동반경', '공동체문화 악화'가 있겠지만, 안전우려와 놀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 몫 한다.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는 10대 한국인 학생 82명(국제∙로컬∙한국학교 포함)을 대상으로 '우리들의 놀이터'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3%가 '딱히 놀 곳이 없다', 16%가 '그저 그렇다'라고 답한 반면, 11%의 인원만이 '놀이터가 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이 주로 노는 장소에 대한 답변 역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많은 학생들이 한인타운 또는 인근지역을 돌아다닌다(32%)거나 카페∙PC방∙노래방 등 실내장소(31%)를 놀이터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수진 학생은 "마땅한 놀이터가 없어 차선책으로 친구들과 걸어 다니거나 실내장소를 찾는 것 뿐인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고 답변했다.
학생들이 평가한 놀이시설∙환경에 대한 점수 평균 또한 낮은 수치인 41.3점에 그쳤다. 설문에 응한 김준경 군은 "평일에는 방과후 학원에 가기 전에 근처에서 친구들을 만나 돌아다니거나 이른 저녁을 먹는 것이 전부고, 휴일에는 교회에 가거나 PC방 같은 곳에서 게임을 하곤 한다"고 이야기했다.
학생들이 관련 질문에서 답변한 의견을 종합해 보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대인관계 결속력' 및 '관계맺음' 수준 역시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현 학생은 "한국처럼 우리들끼리 시내를 구경하거나 전시회를 찾아가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떠들지 마라, 뛰지 마라, 어지럽히지 마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친구 삼아 쭈그려 앉아 놀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성지석 학생은 "달리기라도 하고 배드민턴이라도 치고 싶은데 마땅히 찾을 운동장도 없어 야외활동을 할 수 없다"며 "대부분의 운동은 학교나 부모님과 찾는 실내운동시설이 전부"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원하는 '진정한 놀이시설'은 무엇이 있을까? 놀랍게도 33%의 학생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답했으며, 그 뒤를 이어 26%의 학생들이 독서실카페와 같은 '공부하고 수다도 떨 수 있는 공간', 18%는 '아트홀과 같이 쉽게 영화와 전시회 등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꼽았다.
'우리들의 놀이터'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펼친 본지는 '해외에서 수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학교 밖 모습'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사전 조사로 실시됐다.
그러나 놀랍게도 학생들이 한인타운 일대를 방황하거나 PC방, 노래방 등 어른들의 시선에서 좋지 못한 곳을 찾게 되는 이유는 '단순히 놀이공간 절대 부족'에 가장 큰 원인이 있었다.
'놀이=공부의 반대말'로 인식되는 모순, '노는 것이 바로 공부'라는 인식변화로, 학생 중심에서 자유롭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우리 아이들만의 놀이공간 조성'이 한인사회에서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하고 큰 숙제는 아닐까 한다.
▶ 상하이 에듀뉴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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