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엿보는 중국이야기 2]
중국 현대사의 트라우마, 문화대혁명
장이머우 감독의 ‘귀래(归来)’
‘10년 동란’이라 불리는 문화대혁명(문혁)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올 초에는 100만 홍위병의 상징인 쑹빈빈(宋彬彬•67) 이 모교를 찾아 후회와 반성의 편지를 낭독하는가 하면, 어머니를 고발해 총살당하게 만든 변호사 장홍빙(張紅兵)의 절절한 참회가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문화대혁명은 중국에서 금기된 단어이자 들쳐내고 싶지 않은 잊고 싶은 상처이다.
현재 중국의 60대 이상의 사람들은 문혁을 10대에 겪었던 사람들이다. 시진핑은 ‘지식 청년’으로 분류돼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량자허(梁家河)촌으로 쫓겨나 노동을 강요당했을 때 무거운 책상을 가지고 다니며 석유등잔불 밑에서 책을 읽고 한겨울 얼음구덩이에서 맨발로 일했다고 한다.
중국 전통화법과 서양미술의 추상화 기법을 조합해 현대 미술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는 우관중도 문혁 시기 순수미술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척결대상이 되자 시골에서 분뇨 지게를 이젤 삼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인간의 양심과 품위가 이데올로기의 광기에 짓이겨지던 시기였다.
이처럼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이어지는 문혁의 광란 속에서 인간에 대한 정치적 탄압과 파탄 그것으로 인해 나타나는 인간성 상실을 주제로 고발의식과 비극적인 색채가 특징인 상흔문학 속 문혁 비판을 살펴보자.
영화 귀래(归来)
1966년 문혁의 시작을 상징하는 <5.16 통지>에 맞춰 2014년 5월16일에 개봉된 이 영화는 남편이 반혁명분자로 몰려 20년간 돌아오지 않자 아내가 부분적인 정신이상을 일으켜 돌아온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그녀는 ‘5일, 집으로 돌아감’이란 편지를 받고 매월 5일 기차역으로 나간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인과 함께 기억 속의 남편을 기다린다는 비극적인 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의 모두가 피해자였음을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문혁 시기 전체를 과장 왜곡하고 중국 붕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단지 그 특별한 시기에 대해 기억과 다시는 그런 비극이 오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는 엇갈린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영화 귀래는 이미 중국 2억 8000만 관중을 울리고 있다.
소설 '허삼관 매혈기'
중국 소설가, 위화 |
그는 위기의 순간마다 피를 팔아 고비를 넘긴다. 피를 팔아 장가도 가고 가족들도 먹이고 맏아들이 때린 옆집 아들의 치료비도 내주기도 하지만 결국은 한계에 부딪힌다는 내용이다. 국공합작과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거친 물결속에서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이 가진 유일한 것을 파는 아버지 허삼관의 모습은 과거 속의 모습만은 아니기에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설의 작가 위화는 ‘많은 나라에서 영화로 각색을 원했지만 한국판에 대한 믿음 때문에 한국에서 첫 영화가 나올 수 있게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중국 작가답지 않은 능청스러운 해학과 익살로 중무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이 충무로에서 어떤 모습으로 영화화될지 기대가 된다.
다큐멘터리 ‘나는 비록 죽었지만’ (我虽死去)
다큐멘터리 작가 '후제' |
이 다큐 영화는 문화대혁명 시기, 출신 성분이 대지주의 딸이라는 이유로 비판 투쟁의 대상이 된 베이징사범대학 부속중학의 교감이던 볜중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볜은 1966년 8월 5일 자신의 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홍위병들에게 못을 박은 각목으로 머리와 어깨를 맞아서 죽게 된다. 그녀의 주검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자료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관해온 남편 왕징야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당시 중국에서 상영되지 못하고 세계 관객들에게 중국의 진실된 모습을 보이게 됐다.
▷고등부 학생기자 양근영(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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