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영국 방문 기간에 다양한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내용은 무역∙금융•과학기술•문화•교육은 물론이고 고속철도와 원전 건설에서부터 중국의 대(對)영 투자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이는 중국과 영국의 투자 협력이 더욱 확대되었으며, 경제와 외교 관계에 진전이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석유회사 BP가 중국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받는 내용의 50억 파운드 규모 협정에 체결했으며, 네덜란드 석유회사인 로얄더치셀도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파트너십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중국 투자자들이 영국의 인프라 건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중국의 국유 원전 회사들이 영국의 원전 건설 참여를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리커창 총리와 캐머런 총리는 영국산 소고기와 양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해 중국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중국 금융서비스 기업은 올해 말 전후로 영국에 첫 해외 운영 기구를 설립하고 1억 5,000만 파운드를 영국 및 유럽 중소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의 최대 민간 투자 기업인 중국 민성(民生)은행은 15억 달러를 투자해 영국 런던에 유럽 지역 본부를 설립하겠다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영국은 중국 관광객과 기업인에 대한 비자 규정을 완화하며, 중국인이 유럽 비자 신청서와 동일한 양식으로 영국 비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고 밝혔다. 또한, 다가올 8월부터 24시간 비자 신청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런던증권거래소가 17일 중국의 2대 은행인 중국은행•중국 농업은행과 협정을 체결했으며, 영국에서 위안화 역외 시장의 발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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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전통적으로 유럽의 중심국가였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조선업과 자동차 등 이전까지 영국경제를 이끌어 오던 산업이 몰락하면서 침체기가 왔다. 80년대에는 북유럽에 속해 있으면서도 남유럽 수준의 경제로 축소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때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철의 여인 대처는 영국경제를 개조하기 시작한다. 영국의 경제력이 추락한 이후에도 유럽에서의 주도적 지위는 유지되었는데, 이는 영국이 오랜 외교적 지도력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미국의 대리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유럽은 경제적 통합에 이어 정치적 통합에 합의하면서 2차 대전 이후 지속되던 미국의 영향력에 변화를 주려고 시도 중이다. 특히 유럽은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과의 교류 확대가 2차 대전 이전까지 세계를 주도했던 유럽의 역할을 회복시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참고) 안상욱, “EU 회원국 및 중국의 ODA관계 비교연구”, 중소연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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