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國務院) 총리는 20일(현지시각) 아테네에서 중국-그리스 해양협력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 참석했다. 이날 리 총리는 “중국은 유엔(UN) 해양법 협약의 당사국으로 협약의 취지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라며 “중국은 평화 발전의 길을 결연히 걸어갈 것이다. 해양 패권에 대해서는 결사반대하는 바이다. 중국은 당사국과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양 분쟁을 해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해양 개발을 위해 이루어진 협력은 모든 나라의 발전으로 이어지지만, 해양 패권을 쟁탈하기 위해 벌인 전쟁은 인류에게 재앙만을 가져다준다.”라고 강조했다.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지난주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지도부와 원유 시추 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양제츠는 21일 베이징 칭화(淸華)대학에서 열린 제3차 세계평화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지금까지 평화로운 방법으로 영유권과 해양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라며 “중국은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한다. 또, 핵심 이익을 두고 거래하지 않을 것이며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남중국해 원유 시추 작업을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의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원유 시추 장비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해사국(海事局)은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또 다른 원유 시추 장비인 난하이(南海) 2호와 5호는 중국 남부와 둥사군도(東沙群島, 프라타스군도) 사이에 설치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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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최근 유럽순방에서도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오랜 중국의 입장으로, 처음에는 중국위협론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했다. 중국은 외교 원칙상 제3국 불간섭 원칙을 강조한다. 사실 중국은 대외적인 패권을 추구하기에는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이에 내정 불간섭원칙을 강조했다. 대외적인 영향력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외부적인 요소가 중국의 안정에 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하는 데에 국가적 이익이 있다고 본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주목받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에도 대외적으로 매우 소극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대만과 홍콩처럼 중국의 핵심적인 이익과 관련이 있는 문제가 아닌 이상 외교 문제에서 정면충돌을 피하며 소위 ‘도광양회, 유소작위’의 전략을 견지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때를 기다린다’는 것이 매우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다. 수많은 패권 전이의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을 인류 역사가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다. 현재의 패권세력인 미국 또한 유럽이 가진 패권을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혼란을 거쳐 가져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이 기다리는 때가 언제인지에 대한 추측은 다양하다.
만약 패권을 확보하는 시기를 중국이 기다리는 때로 본다면 그 시기는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는 변화와 불안정의 비용을 높여 놓았다. 따라서 전쟁과 같은 비상상황의 비용은 전쟁승리를 통한 기대수익을 현저하게 초과하여 충돌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전이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계대전과 같은 극적인 환경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변화 없는 안정을 가장 갈망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패권안정체제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취하는 국가이다. 다만 중국의 국력이 확대됨에 따라 이전과는 다르게 국력에 상응하는 이익을 국제사회에서 취하고자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중국의 이익은 지역적인 범위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참고) 박창권, “미중의지역내 패권경쟁 가능성과 우리의 전략적 선택방향”, 전략연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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