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인들의 어린 시절 사진의 배경이 되는 곳, 난간 위에 걸려 놓은 옷들이 너울너울 거리는 곳, 길바닥에 공기돌이 흩어져 있는 곳…… 상하이 근대사의 가장 중요한 건축 양식인 농탕(弄堂)이다.
수 많은 상하이 사람들은 농탕에 관한 기억으로 시작한다고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일련의 스쿠먼(石库门)건물로 이루어진 좁고 긴 골목인 농탕에서 상하이의 지역 문화가 탄생했다.
오락장소로써의 농탕
19세기부터 20세기 정도의 상하이, 농탕의 그늘진 곳에서는 반드시 삼삼오오 모여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남자아이들은 구술놀이, 굴렁쇠와 같은 놀이를 하고, 여자아이들은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등의 놀이를 했다고 한다. 어른들은 여름이 되면 아침 일찍부터 풀로 짠 돗자리나 흔들의자를 꺼내어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면서 부채질을 하고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여름이 되면 농탕은 아낙네들의 잡담소리, 아이들의 환호성이 겹치어 인간미가 넘치는 공간이 되곤 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부터 상하이의 도시화가 본격화 되니, 많은 사람들이 농탕을 떠나서 도시로 이주했다. 농탕은 점점 조용해졌고, 이제는 추억을 찾는 연세 많은 상하이 사람이나 상하이의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리만 들린다.
물건 교류의 중심지인 농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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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룽탕의 한 상점,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
상하이인의 농탕 생활 중,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매매활동을 들 수 있다. 농탕은 오직 추억이 담긴 삶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물건을 사고 팔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상업적 요충지이기도 하였다. 좁고 긴 골목길 곳곳에 위치한 상점에서 판매하는 생필품이나 작은 예술품, 장난감 그리고 상하이 지역 특생을 살린 각가지 먹거리 등은 농탕의 또 다른 독특한 문화이다.
상점 주인들이 손님을 부르거나 만두나 빵 따위가 완성되었을 때 내는 소리 또한 농탕의 특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루쉰(鲁迅)의 한 작품 “농탕생의고금담(弄堂生意古今谈)”에서 이러한 소리를 이렇게 묘사했다:농탕의 상인들이 간식거리를 파는 소리를 내가 전에 기록했었더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마도 이, 삼십가지 다양한 소리를 적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소리들은 또 매우 아름다운데, ‘만명문선(晚明文选)’이나 ‘만명소품(晚明小品)’ 같은 작품에서나 나올법한 단어들인 것 같더라. 나 같은 상하이에 처음 온 사람도 그 소리를 들으니 입안에 침이 저절로 고여졌다.
티엔즈팡(田子坊), 농탕과 세계의 만남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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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즈팡의 입구 |
티엔즈팡은타이캉루 210동(泰康路 210弄)에 있는 전형적인 농탕이다. 상하이 시민들의 과거 삶의 터전이던 농탕을 전부 새롭게 디자인한 곳으로 골동품, 중국 전통 공예품, 세계 여러 나라의 먹거리, 예술 작품 등을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아직까지도 몇몇의 주민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으며, 80년대 풍의 녹색 우체통이 고전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농탕 내부에는 10개국에서 온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 공간이 있다. 공방의 앞에는 10개국의 국기가 걸려 있고, 이국적인 예술 작품과 중국적인 농탕의 아름다움이 합쳐져 중서문화의 만남의 장소가 되고 있다.
왕지아로우(王家楼), 즐거운 출퇴근 북소리가 있는 곳
구베이루 남단 서쪽에 위치한 왕지아로우는 전형적인 농탕이면서 원시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청나라 초기에, 왕가(王家)가 이 곳에 입주하면서 북을 만들었다. 매일 아침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저녁이 되면 농민들에게 집으로 돌아오라는 북을 울렸다. 중국식 2층 가옥이 약 60채 정도 있고, 현재 800명 정도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농탕, 와이구어농탕(外国弄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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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구어룽탕 |
왕지아로우가 가장 전형적인 중국식 농탕 중의 하나라면, 와이구어농탕은 가장 이색적인 외국식농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화루에 위치하면서 211동과 329동 두 개의 농탕을 포함하고 있는 데, 지도를 통해 보면 말 발굽형의 균형 잡힌 유일한 농탕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와이구어농탕은 또 다른 농탕들과 다르게 외국인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특징이 있다. 상해 도시 구획 당시, 대부분의 서양식 건축물을 설계했던 한 헝가리 건축가가 상해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들을 위해서 만들었다.
문화와 역사는 그 민족을 이해하는 데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고 한다. 상하이의 농탕은 이런 점에서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그들의 기억을 공유하고 아이들과 함께 색다른 민속촌 소풍을 가는 것은 어떨까?
▷고등부 학생기자 채민석(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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