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제조업의 위기’라는 말이 자주 거론된다.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차이나 임팩트(중국 충격)’다. 업계 상황을 보면 충격의 강도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 IT기술의 자존심이라는 삼성 스마트폰은 화웨이(華爲)•샤오미(小米) 등 중국 브랜드의 공세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선박 업계는 이미 오래 전 ‘글로벌 맹주’ 자리를 중국에 내줘야 했다.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철강은 국내 산업기반을 흔들어 놓고 있다. 그 사이 글로벌 3위 철강업체였던 포스코는 허베이(河北)•바오산(寶山)•우한(武漢) 등 중국 업체에 밀려 6위로 주저앉았다.
한•중 수교 22년, 중국은 우리 경제에 축복과 같은 존재였다. 우리는 세계공장 중국에 부품을 수출했고, 그들과 성장의 혜택을 나눌 수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에는 위기 극복의 힘을 중국에서 찾기도 했다. 그러던 중국이 이제 우리 산업을 위협하는 존재로 돌변한 것이다. 업계는 ‘중국이 축복이 아닌 재앙을 주는 존재로 바뀌고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의 변화가 가져온 현상이다. ‘축복’이었던 시절, 중국과 한국은 분업으로 서로 손발이 잘 맞았다. 우리는 중간재를 만들고, 중국은 조립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내 기업(중국 진출 외국투자기업 포함)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이제 혼자 다 하겠다’고 나선다. 부품과 조립을 아우르는 ‘풀셋(Full-set)산업구조’를 갖춰가고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우리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 1~7월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
전문가들은 ‘재앙의 시기’, 중국은 블랙홀과 같은 존재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박한진 KOTRA 중국사업단 단장은 “자칫 우리 산업이 송두리째 중국에 빨려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의 대표 IT상품인 반도체 공장이 중국으로 가고 있다. 첨단 LCD는 이미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우리의 고급 일자리가 블랙홀 중국에 휩쓸리는 셈이다.
‘축복이냐, 아니면 재앙이냐’를 결정하는 요소는 간단하다. 기술이다. 우리가 중국에 비해 기술 우위를 지킬 수 있다면 축복일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재앙일 뿐이다. 기대를 걸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마찬가지다.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 있다면 중국은 우리의 내수시장이 될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내 시장마저도 중국에 내줘야 할 판이다.
결국 우리의 문제다. 지난 20여 년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형성된 동아시아 분업구조에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응해 축복을 누렸듯, 이제는 ‘블랙홀’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산업구조를 짜야 한다. 기술 혁신을 위한 국가 R&D 역량을 키워야 하고, 투자를 국내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업 환경을 갖춰야 할 이유다.
지금의 ‘제조업 위기’는 과연 중국발 재앙의 전조인가? 중국이 아닌 우리 스스로 답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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