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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중관춘에 위치한 샤오미 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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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업 관련 아이디어 휴일 커피숍서도 열띤 토론
작년 1~7월만 벤처 3000개… 절반은 34세 이하가 창업
지난 3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시 북서쪽의 하이뎬(海淀)구 중관춘(中關村) 서구(西區)에 있는 3W커피닷컴은 휴일임에도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간판은 커피숍이지만 내부에는 긴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고 젊은이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은 중국의 인터넷 관련 기업가와 창업가, 투자자들이 함께 만든 교류의 장이다. 미래 중국의 정보기술(IT)·인터넷 기업가들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약 3년 전 문을 열었다. 지난 1~3일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百度)가 주관한 교류 활동이 열렸다. 건물 안팎에는 '세상을 바꾸는 큰 작업', '전통적인 관념을 파괴하라', '미래는 당신을 위해 다가온다'는 등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한 기업가는 "사업에 대한 영감을 얻고 파트너를 물색하는 곳으로 핵심적인 인맥 구축장"이라며 "직원들에게 시야를 넓히고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이곳에서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2·4분기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최고경영자는 2010년 4월 친구들과 함께 중관춘에서 회사를 세웠다. 지난 1일 중관춘 외곽의 샤오미 본사 건물은 오후 6시가 넘어 젊은 직원들이 퇴근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일부는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저녁 식사를 위해 인근 식당가로 향했다. 샤오미는 직원들 간에 등급 차별이 엄격하지 않고 모든 직원은 평등하다는 점을 기업 문화의 특징으로 내세운다.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레이쥔은 지난달 23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많은 눈부신 성과를 얻었지만 모두 지나간 일이다. 우리의 꿈은 전 세계이며 이상과 사명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이 중국 IT 인터넷 기업들의 혁신을 이끄는 전진기지로 비상하고 있다. 중관춘은 1998년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 개발지역으로 지정했다. 전자상가 외에 중국의 대표적 IT인터넷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최근에는 중관춘 일대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허브로 떠올랐다. 중관춘 관리규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7월에만 중관춘에 스타트업 3000개가 신규로 설립됐다. 이 중 47%는 34세 이하가 창업했다. 중관춘의 창업 성공률은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은 중국 정부가 2010년 IT 산업 1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인재 유치와 세제 혜택 등을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창업 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창업인도펀드를 세우고, 기업이 세금 환급금을 소프트웨어 개발과 확대 재생산에 쓰면 거기서 발생하는 소득을 세금 부과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 정책 등이 포함돼 있다.
중관춘 일대는 스마트폰을 위한 소프트웨어 분야의 성장세가 폭발적이어서 외국 투자자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데이팅앱을 운영하는 모모(陌陌)기술은 최근 자금 모집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5억달러(약 5170억원)로 평가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예전 IT 기업가들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것들을 대충 모방해 성공을 거뒀다면 요즘 기업가들에게는 새 아이디어가 강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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