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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식칼럼] 위안화허브를 향한 서울의 꿈

[2014-08-14, 15:55:33] 상하이저널
 
시진핑 주석이 지난 7월 3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했을 때 달라진 한중관계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과거 미국의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만큼 국내 언론은 높은 비중을 두어 다루었다. 특히 북한보다 먼저 국빈방문을 한 것을 두고 전통적으로 북한을 중시해온 중국의 한반도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성급하게 평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만이 주목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의 아내 펑리위안이 7월 4일 동대문시장을 깜작 방문한 매장은 잠깐 사이에 매출이 40%나 올랐다고 한다.

호들갑스럽게 진행된 시진핑의 방한이 남기고 간 성과는 무엇일까? 시진핑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중정상회담에서 한국에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개설하고, 서울에 있는 교통은행 지점을 위안화청산은행으로 지정하며, 한국에 800억 위안 규모의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자(RQFII) 자격을 부여하고, 한국에서 위안화표시채권을 발행하도록 합의하였다. 시진핑의 선물이었다.
 
위안화역외센터, 한국에게만 이례적(?)

한국의 기획재정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위안화역외센터로서 필요한 정책과제를 패키지로 일괄 합의하여 위안화역외센터의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완비하고, 관련 과제를 동시에 타결한 사례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한•중간 금융통화협력의 획기적인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제도적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평하였다. 그런데 과연 시진핑이 다른 국가와는 달리 한국에게 이례적으로 선물 보따리를 푼 것인지 아니면 중국정부의 은밀한 위안화국제화 전략에 순진하게 걸려들었는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인 것 같다.
 
한국, 中에 RQFII 쿼터신청 준비

아무튼 한국의 증권금융기관은 서둘러 RQFII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중국 증감위에 쿼터를 받으려 준비하고 있다. 그 동안 2012년말 1.7억 달러규모에서 2013년말 66.7억 달러, 2014년 6월말 119.7억 달러(약 700억 위안, 12조 원)로 한국의 외화예금에서 위안화 예금잔액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이렇게 불어난 위안화 잔고로 중국의 자본시장을 바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유용한 것은 분명하다. 달러를 위안화로 환전해야 중국의 자본시장에 투자를 할 수 있었던 QFII(적격해외기관투자자)보다는 RQFII가 쿼터신청자격이나 자금운용면에서 훨씬 완화된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화폐 국제화의 의미

위안화 국제화는 중국에서 먼저 제기된 이슈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한 때 원화의 국제화를 야심차게 진행한 적이 있으니 위안화의 국제화가 그리 낯선 것만은 아니다. 지금은 ‘잃어버린 20년’으로 세계경제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만 일본도 1980년대 엔화의 국제화를 추진했고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어느 나라의 화폐가 국제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첫째, 교환의 매개수단, 결제통화로 사용되어야 한다. 한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결제에서 미국달러가 아니라 위안화나 원화가 결제통화로 사용되어야 위안화나 원화가 국제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무역금융거래 등 국제거래에서 계산단위로 사용되어야 한다. L/C나 외화대출계약에서 화폐단위로 위안화나 원화가 사용된다는 의미이다.
 
셋째, 예금 대출, 채권 발행 그리고 대외지급 보유자산에 달러화가 아니라 위안화나 원화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즉 가치통화로서의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살펴보니 위안화의 국제화라는 의미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듯하다.
 
위안화 기축통화 난관

위안화의 국제화는 조만간 다가올 현실이 될 것인지 아니면 엔화의 국제화처럼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위세에 기를 펴지 못하고 말 것인지 궁금하다. 지난 7월 20일 중국인민대학과 교통은행이 공통으로 <인민폐국제화 보고 2014> 발표회를 개최했는데 중국인이 바라보는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시각을 알 수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 국제화지수는 2012년 0.87에서 작년 말 1.69로 증가했고, 금년 1분기와 2분기는 각각 1.74와 1.96으로 오르면서 위안화가 세계 지불화폐 8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화청산시스템의 불안전성, 관련 법률제도의 미비, 위안화 금융상품의 부족과 금융기관의 서비스의 낙후, 위안화 글로벌금융시장의 미성숙이 위안화 국제화의 난관이라고 한다.
 
위안화 국제화는 중국의 주변국가와의 무역거래에서 결제수단으로는 어느 정도 정착해서 국제화의 첫 단계인 지역화까지는 나아갔지만 중국 자본시장의 제도적 미성숙과 낮은 개방으로 더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냉정한 시각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 리양(李扬)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위안화국제화에 대한 중국인의 냉정한 시각을 엿보게 한다. “미국은 19세기말 실물경제가 영국을 넘어서고도 50여년이 지난 2차세계대전 후에서야 국제화폐로서의 지위를 얻었다. 인민폐의 국제화에 대해서 좀더 냉정해야 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인민폐의 국제화를 정치적 업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절대로 안된다.”
 
명실상부한 위안화의 국제화는 중국정부가 계획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세계경제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경제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여야 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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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평 상해지사 지사장으로 2007년부터 근무 중이며 한국 본사에서는 6년간 중국업무를 담당했다. 북경어언문화대학과 화동정법대학 법률진수생 과정을 이수했으며 사법연수원의 초대 중국법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법제처 동북아법제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 한중법학회의 이사, 상하이총영사관 고문변호사, 코트라 차이나데스크 자문위원, 상해한국상회 자문위원, 서안한국상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중국 관련 논문으로는 「소주공업원구 법제에 관한 연구」, 통일부, 2006, 「중국의 해외투자 및 한국의 투자유치정책 연구」KOTRA, 2010, 「중국 상표관리 종합메뉴얼」특허청, 2010 등이 있다.
jschoi@jipyong.com    [최정식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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