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국제학교 학비지원 감축, 좁아진 로컬학교 입학문
안태호 이사장 “연내 초등학교 분리 발판 마련할 것”
로컬학교 9학년 재학 중인 아들은 둔 학부모 김 모씨, 로컬 중학교 입학 전부터 고등교육만큼은 한국학교를 계획했다. 하지만 벌써 두 학기 째 한국학교 편입시험에서 떨어졌다. 졸지에 로컬학교 국제부에서 한국학교 편입을 기다리는 편입 재수생이 됐다.
또 다른 한 가정은 올 봄부터 주재원 남편의 국제학교 학비지원금이 대폭 줄어들었다. 한명도 아닌 두명의 비싼 국제학교 학비 부담에 한국학교 편입을 생각했지만 10학년의 티오가 없어 그저 기다리고만 있다. 티오를 기다리며 수학 할 학교라도 있는 학생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에서 막 건너와 대기할 학교조차 없는 학생은 한 학기 또는 1년을 쉬어야 할 판이다.
한국학교 자리부족 문제가 턱 끝까지 차 올랐다.
수용학생 1200명을 기준으로 설립된 상해한국학교는 현재 2학기 전입 예정 106명을 포함하면 전교생이 1343명에 이르렀다. 전입생 수가 100명이 넘은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6, 8, 9, 10학년에는 학년별로 적게는 1명, 많게는 9명까지 총 15명의 대기자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2학기 정시전형 전입생 49명 대비 1년 새 2배가 증가한 셈이다.
상해한국학교 최경연 교감은 “예전 초등 3~4학년에 빠지고 중등 2~3학년에는 다시 전학을 오던 전출입 패턴이 최근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초등1~4학년부터 전출보다 전입생 수가 훨씬 많아졌고 중고등부 편입경쟁률 걱정으로 전입을 서두르는 탓에 이젠 6학년부터 대기인원이 발생했다. 9학년 이상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한국학교는 올해 이미 학년별 3개던 학급수를 8~10학년은 4학급으로, 11학년은 5학급으로 증설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기숙사 건물 리모델링 공사도 시작해 내년에는 최소 3~4개의 수업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한국학교 전입생 수와 자리부족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단순히 교실부족 현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강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당초 1200명을 기준으로 설계된 교정인 탓에 초중고생이 함께 쓰는 운동장 공간 부족 문제, 한국보다 4㎡이 적은 교실크기 등 쾌적하지 못한 학습환경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초등학생의 점심시간 후 시작되는 중고등학생의 급식이원화 시스템은 늘어난 학생수로 아이들은 식사시간 마저 쫓기게 됐다.
최 교감은 “한국학교 자리부족 현상은 이제 교실만 확보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심각하게 말한다. 학교 공간 자체가 1400여명 용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 이미 1300명을 넘은 현재로서 내년 3월 학기 이후에는 기존의 학생이 전학가지 않는 이상 새로운 학생을 거의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 주재원들의 국제학교 학비 지원 감축 분위기와 좁아지는 로컬학교 입학문은 한국학교 자리부족 현상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상해한국학교의 설립과 발전에 앞장서야 할 기관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답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불거져 나온 ‘한국학교 초등학교 분리’ 의견에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만 할 뿐 또 다른 대안모색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 31개 재외한국학교 중 초등학교가 분리된 사례는 없으며, 이는 재정적, 정치적 상황이 얽혀있느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는 일이다.
상해한국학교 안태호 이사장은 “초등학교 분리는 몇 년 전부터 언급된 이야기다. 학교를 새롭게 설립하기보다 매물로 나온 학교를 인수, 리모델링해 초등학교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임기를 마치는 12월 전까지 초등학교 분리의 기본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 약속했다.
상하이총영사관 이선우 교육영사는 “현재 초등만 운영 중인 소주한국학교가 내년 3월부터 학년당 1개 학급의 중고등학생도 모집할 예정으로 상해한국학교로 몰리는 중고등학생 전입생 일부를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표했다. 입시 부담이 큰 중고등학생들이 이제 막 개교한 소주한국학교를 얼마나 선택할 지는 미지수이다.
이 같은 상해한국학교의 문제는 총영사관, 한국상회, 한국학교뿐 아니라 교민사회 전체의 고민이 필요하다. 재외국민 교육의 일부를 책임진 교육부와의 대책마련을 위한 내실있는 소통과 국제학교 배불리기에 쏠려있던 재중 대기업들의 관심과 도움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십년수목백년수인(十年树木百年树人)이라 했다. 인재 양성이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인만큼 멀리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 진행하라는 뜻이다. 인재를 양성해야 할 학교에 자리가 없어 학생을 내쳐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교민사회의 장기적이고 책임 있는 대처 방안모색이 필요할 때이다.
▷손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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