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제법 선선해 진 것이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더욱 기쁜 것은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한다는 사실이다.
동네 엄마들 사이에도 요즘 인사는 “방학동안 고생 많으셨죠?”, “개학하니 너무 기쁘네요!”, “아이들 개학했으니 밥 한 번 먹어요” 등의 인사가 대부분이다.
오가는 인사 속에 비치는 엄마들의 얼굴은 기쁨과 활기가 넘친다. 그도 그럴 것이 방학동안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기력이 다 소진되었을 것이기에, 개학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방학동안 엄마인 나는 왜 이리도 힘들어했을까?
첫째, 퇴근 없는 가사 노동으로 엄마는 지쳐 간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들 밥 차려주고, 간식 만들어주고, 장보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을 퇴근시간도 없이, 지쳐 잠이 들 때까지 집안의 소소한 잡일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 간 시간에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방학 중에는 그마저도 시간이 허락 하지를 않는다.
둘째, 게을러지기 쉬운 생활습관을 잡아주느라 온 힘을 다 쏟는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늦잠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평소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것보다 방학 때 깨우는 것이 배로 힘들다. ‘스쿨버스 놓친다’는 말은 이미 소용이 없다. 간신히 깨워 놓으면 뭐하나. 하나부터 열까지 행동이 모두 슬로우 모션이다. 속 터지는 마음을 다잡고 우아하고 교양 있는 엄마 코스프레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숙제를 내일로 미루고 싶은 아이와 오늘 할 숙제는 오늘 해야 한다는 엄마와의 줄다리기는 방학마다 벌어지는 풍경일 것이다, 어렸을 때 방학숙제를 밀려서 개학 전날 울면서 숙제한 경험이 있는 엄마들은 밀린 숙제가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기에 내일로 미루려는 아이를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셋째, 휴대폰과 컴퓨터 사용시간 제한으로 인한 신경전으로 마지막 남은 에너지마저 소모해버린다.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도 이 휴대폰과 컴퓨터 이용시간 때문에 아이들과 잦은 마찰이 생긴다고 한다. 손에서 놓을 줄 모르는 휴대폰, 컴퓨터로는 인터넷 강의를 듣기는 하는 것인지,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우리 집에는 무분별한 휴대폰 사용을 막기 위해 휴대폰 공동경비구역을 만들었다.
휴대폰 공동경비구역은 누구나 쉽게 자신의 휴대폰의 안전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거실에 있는 테이블로 정했다. 아이들 휴대폰만 관리하면 불만이 생길 수 있기에 엄마 휴대폰도 공동경비구역에 보관한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휴대폰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규칙을 만들고 실천하기까지 수많은 대화와 타협과 약간의 강압이 있었다.
이제 방학도 끝나고, 무더운 여름 아이들과 치열하게 씨름하며 지냈던 시간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그 동안 열심히 엄마 역할을 한 나 자신을 위로하고 에너지 충전을 하기 위해 또래 엄마들과 만나 폭풍수다를 떨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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