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갔다 왔어요”로 인사를 나누게 되는 여름 한 철이 지나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한국 갔다 온 사람들에게선 어딘가 다름이 느껴진다. 헤어 스타일, 피부, 옷차림 외에도 뭔가 전체적으로 더 이뻐지고 세련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물과 음식이 맞고, 오랜만에 고국의 정취를 맘껏 누린 탓이리라. 그런데 가끔은 다른 이유들을 살짝 듣게 된다.
최후의 비밀 병기! 동네 병원에서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이른 바 ‘쁘띠 성형’이다. 눈 꼬리, 팔자, 양 미간 주름, 이마 등 그야말로 조금씩 세월이 보이는 ‘요기 조기’를 간단히 해결하고 왔다는 것이다. 성형이 얼마나 일상화되어 가는지 놀랍기도 하다. 성형천국이라는 명성 탓인지 가끔 중국인들이 한국 사람들은 정말 모두가 그렇게 성형을 하느냐, 너도 했느냐는 질문을 할 때가 있는데 전에는 연예인들 이야기다라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이젠 그렇게 대답하기도 좀 묘하게 된 것 같다. 다이어트와 함께 외모에 집착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상하이에서도 피부로 느껴진다.
나 역시 아름다워지고 싶고, 최소한 현상유지라도 하고 싶건만 나날이 늘어나는 흰 머리와 탄력을 잃은 피부 때문에 가끔 우울해질 때가 있으니 젊음과 아름다움을 향한 열망에 손가락질 할 수만은 없다. 그리고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한 시대에서 적절한 자기 관리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곧 외모의 문제가 되어버린 듯한 현실이 우리 존재를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덮는 것 같아 서글프다.
공자는 군자는 의(義), 화(和), 주(周) 이 세가지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였다. 義는 양(羊)과 아(我)가 합쳐진 것으로 양은 양고기, 아는 뾰족한 물건으로 고기를 균등하게 썰어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양고기를 균등하게 나눠 먹는다는 뜻이다. 和의 옛 글자는 화(禾)와 공(公)이 합쳐진 것인데 공은 웃는 입 모양을 그린 글자이니 곧 수확한 벼를 함께 나눠 먹으며 여러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주(周)는 토지(土)와 공(公)이 합쳐져 토지를 공유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즉 이상적 인간상을 지향하는 인간인 군자는 분배를 중시하고 모든 사람의 행복을 이룰 수 있는 가치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외모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뜬금없이 공자님 말씀을 꺼낸 이유는 미(美), 즉 아름다움이 의(義)와 같은 뜻인 선(善)과 통용되기 때문이다. 美는 양(羊)과 대(大), 즉 양이 크다는 것이다. 양이 큰 것이 왜 아름다울까? 그만큼 많은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래 아름다움(美)은 사적인 것보다 공적인 의미 속에서 부여되었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고 실천하는 인간다움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아름다움의 의미와는 참으로 다른 것 같다. 미의 기준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고 변모하지만 편견과 관습과 차별, 온갖 한계를 넘어 옳은 것(義),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삶의 가치를 두는 아름다움에 언제나 최고의 박수를 보내는 나,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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