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스산하다. 예년에 비해 더운 날이 비교적 적었던 올 여름 탓에 가을이 더 빠르게만 느껴진다.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지고 계절과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감기’님을 만나기가 쉽다.
감기는 잘못 다스리면 합병증과 후유증 때문에 더 큰 병이 생기기도 하고, 특히 어린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살다 보면 제대로 성장발육이 제대로 안되기도 한다. 그래서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감기는 순 우리말로 고뿔이라고 하는데, 이는 코에 불이 났다는 뜻이다.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얻은 것 같은데, 감기는 증세가 매우 다양하다.
콧물, 코막힘, 재채기가 나오는 코감기, 목이 붓고 아프고 심하면 목이 쉬는 목감기, 기침 가래가 주 증상인 기침 감기, 또 으실으실 춥고 열이 나면서 온몸이 매맞은 것처럼 쑤시면서 머리가 지끈지끈한 몸살 감기. 그 외에도 유형을 정할 수 없는 다양한 복합증상을 가진 감기들이 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200여 가지나 되고, 사람마다 체질과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감기의 증세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왜 감기에 걸릴까?
감기를 일으키는 외부적인 요인에 대해 중의학에서는 찬바람, 서양의학에서는 감기 바이러스를 지목한다. 중의학에서는 이것을 사기(邪氣), 즉 나쁜 기운이라고 한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이 사기(나쁜 기운)에 감촉되지 않도록 철저히 방어하거나 피하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방어할 수 많은 없는 법이다.
여름에는 냉방된 실내와 무더운 바깥을 오가다가, 겨울에는 따듯한 실내와 찬바람 부는 바깥을, 봄 가을에는 일교차가 커지고 계절이 바뀌면서 감기에 잘 걸리게 된다. 즉 기온이나 습도가 자주 바뀔 때 신체가 적응을 제대로 못해서 쉽게 걸리는 것이 감기다.
똑같은 환경에서도 누구는 감기로 고생하지만 누구는 걸리지 않는다. 감기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조절능력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중의학이란 이것을 정기(正氣)라고 한다. 중의학의 바이블 격인 ‘황제내경(黄帝内经)’에서는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气存内 邪不??)’이란 말이 있다. 정기(正氣)가 튼튼하면 사기(邪氣), 즉 나쁜 기운이 덤벼도 끄덕 없다는 의미이다. 감기는 정기가 허약해졌을 때 쉽게 얻는다.
기침 감기, 어떻게 이길까?
기력을 모두 소진케도 하는 기침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기침은 기특한 인체의 방어기전으로 볼 수 있다.
기침이 나는 이유는 가래를 배출하기 위해서이다. 가래가 생기는데 기침을 안 해서 가래를 배출하지 않으면 기관지도, 폐도 나빠진다. 그래서 기침을 두고 ‘폐를 지켜주는 개’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기침을 멈추는 순서는, 우선 가래를 묽게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꼭 기침을 심하게 하지 않아도 가래가 자연스럽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분을 보충해줘야 한다. 따듯한 물을 하루에 10잔 정도는 마시고, 주변의 공기가 건조하면 가래가 더 끈끈해지니 가습이 필요하다. 가습기 청결문제로 말이 많지만 집안과 사무실에서 가습을 위한 가습기 사용을 권한다.
기침감기에 좋은 음식 두 가지
실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침감기에 도움이 되는 대표 음식이 있다.
첫 번째가 바로 ‘무’다. 동의보감에 무는 성질이 따뜻하고, 위로 치밀어 오르는 기를 내리는데 효과가 있다고 소개한다. 기침 감기에 무를 쓸 때는 강판에 갈아서 그 즙을 짜먹어도 되고, 또는 무를 얇게 썬 뒤, 위에 조청이나 꿀을 좀 부어놓으면 무에서 맑은 물이 빠져 나온다. 이 물을 마시면 기침 멎는데 특효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감기 끝에 기침하면서 골골할 때, 독한 감기약을 먹이기가 찜찜할 때가 많은데 이렇게 무즙을 내서 먹이면 좋다.
두번째는 도라지.도라지는 폐의 기운이 막혀 있는 것을 흩어주고 통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가래가 끓고 기침이 많을 때 가래 배출을 돕고, 가슴 부위에 기가 뭉쳐 답답한 느낌이 들 때 도라지를 먹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목감기에 걸려 목이 붓고, 칼칼하고 아플 때는 감초와 함께 쓰면 더욱 좋다. 물 1리터에 도라지 말린 것을 20g, 감초를 8g 정도 넣고, 물이 절반이 될 때까지 달여 하루에 두세 번 정도 나눠 마시면 된다.
혹 감기 말미에 다른 증상은 모두 호전됐지만 기침이 오래도록 지속된다면 이건 폐의 음기(阴气)가 손상된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단순히 기침약만 먹을 것이 아니라 폐의 음기를 북돋아주고, 손상된 정기가 회복시키는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손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