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고전 시문 3배 늘려
중국 베이징시가 내년 신학기(9월)부터 교과서에 실리는 고전 시문을 현재보다 3배쯤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문(국어) 교과서는 현재 6~8편인 고전 시문을 22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런샹(任翔) 베이징사범대 어문교육연구소장은 11일 신경보(新京報)에 "고문 비율을 대폭 강화한 의무교육 교재를 집필하고 있다"며 "초등학교 전체로 볼 때 최소 100편 이상의 고문이 (새 교과서에)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새 교과서는 춘제(春節·중국의 설)와 중추제(仲秋節·추석) 등 전통 명절과 관련된 고시·산문과 천자문(千字文), 삼자경(三字經·아동용 전통 교과서)의 내용을 수록할 예정이다.
베이징시의 이런 조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9일 "나는 교과서에서 고대 경전의 시와 산문을 삭제하는 것을 정말 찬성하지 않는다"며 "중국적인 것을 없애는 것은 큰 비애"라고 말한 것과 관련 있다. 시 주석은 "고전을 학생들 머릿속에 남겨 중화 민족 문화의 유전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대의 한 교수는 "고전에는 중화 민족의 공통된 지혜와 경험이 녹아 있다"며 "고전 학습을 통해 전통 사상과 문화를 공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진시황 이후 2000년 넘게 문화 공동체를 유지한 배경에는 '한자'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많다. 지방마다 말은 달라도 글자(한자)가 같았기 때문에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며 후대로 전할 수 있었다. 칭화대의 한 대학원생은 "중국에서 괜찮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500~600수의 고시를 외워야 한다"며 "중국인은 대화 중에 유명한 고전 문구를 자주 인용하면서 문화적 동질감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화 민족의 부흥을 외치는 시진핑 지도부가 고전 교육을 통해 중국의 문화적·사상적 통일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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