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구선생 후손(?)
파일럿 조은정 ‘기장’ 아니다
한국사회의 특성상 학력위조, 병역비리에 엄격한 잣대를 댄다. 정치인, 연예인들로 이어지는 뉴스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해외 교민사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문회, 향우회, 동호회, 종교단체의 친분 속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한다.
지리적으로 한국과 떨어져 있고 좁은 지역사회다 보니 검증이 어려운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생긴다. 간혹 영사관과 법정을 오갈 정도로 사안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교민사회 핫이슈로 부각된다. 상하이 생활에 잔뼈가 굵은 교민이라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건들이 제법 될 것이다.
올해 들어 ‘사칭’을 둘러싼 제보가 두 건 접수됐다. 교민사회에서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경우에는 대부분 학력, 경력 정도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각 ‘가문’과 ‘직위’를 속인 뜻밖의 제보다.
첫번째는 교민사회에 얼굴을 내민 적이 있는 사람이 자신이 ‘김구 선생 후손’이라고 한 데서 시작해 작은 파장이 일었던 경우다.
제보자는 “저장성 내 김구선생 피난처에서 그 지역 영도(领导)와 함께 그의 사진이 걸려 있어 유심히 살펴봤다. 사진설명에 중국어로 ‘김구 선생 후손’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아무래도 미심쩍다”고 밝혔다. 한국 보훈청에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그 사진은 전시관에서 사라졌다.
또 한 건의 제보는 최근 블로그를 달궜던 ‘중국 최초 한국여성 기장 조은정’에 관한 내용이다. 지난해 모 항공사 기장인 제보자는 “조은정 조종사는 기장이 아니라 부기장이다. 상하이 교민사회에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 잡았으면 한다”고 알려왔다.
지난해 4월 본지에서는 지령 700호를 기념해 ‘그녀의 꿈과 도전’을 주제로 조은정 씨를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때문에 당시 그녀가 발간한 책과 한국 공중파 방송 등을 믿고 정확한 확인없이 인터뷰와 교민대상 강연을 개최했던 것에 본지도 책임감을 느껴야 했던 제보였다.
당시 “부기장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확인전화에 조은정 씨는 “기장이 아니라면 회사에서 그렇게 배려해줄 수 있겠냐”며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초 그녀가 부기장이라는 사실이 몇몇 한국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다. 책을 통해 많은 청년들에게 꿈을 품게했고, 여러 방송과 강연에서 도전의식을 심어줬던 그녀. 마침내는 대통령 방중(訪中) 교민간담회에 기장 유니폼을 입고 참석한 조은정 씨의 모습에서 여러 항공사 기장들은 진실을 밝히고자 애썼다.
결국 그녀는 블로그에 “결론적으로 모두 저의 잘못이고, 깊이 반성하고 조용히 자숙하고 있다. 책도 절판하고 회수 중에 있으며, 잘못된 것들을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과문을 게시하며 일단락 됐다. 독자들은 “그녀가 부기장이었어도 충분히 존경받을 수 있었는데 왜 속였는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현재 그녀가 소속된 이스타항공 최종구 부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 입장에도 난감하다. 지샹항공에서도 이스타항공에서도 부기장이 맞다. 현재 기장승격을 위해 노력 중이며, 앞으로 외부활동을 삼가고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라고 밝혔다.
두 사건 모두 의도된 거짓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금전적인 피해자가 드러난 사건이 아니므로 누군가 일찍 나서서 막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추앙받는 한 가문과 직업군의 ‘명예’와 ‘도덕’적 가치를 추락시킨 위험한 행동임에 분명하다. 한국에서도 교민사회에서도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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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일이 있었군요.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금방 들통날 일들을 벌이고 다니는 간큰분들이 있네요.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