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칼럼]
뜨겁게 달아오른 중국 정부의 반독점투쟁
중국 행복지수 135개국 중 82위
지난 9월 17일 국내 언론에 전 세계 135개 국민의 행복지수가 발표되었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과 헬스웨이스가 지난해 135개국 국민들을 상대로 조사한 행복지수(Gallup-Healthways Well-Being Index)에서 우리나라는 루마니아, 이란, 요르단 등과 함께 74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OECD국가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사교육 부담이 가장 높은 ‘피로사회’인 우리나라가 중간 이하의 성적을 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갤럽의 행복지수는 '육체적 건강', '금전적 안정성', '공생적 사회관계', '사회공동체에 대한 만족도', '목적의식'의 분야에서 국민들이 어느 정도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평가하는 주관적인 만족도이다. 이 5가지 분야를 찬찬히 살펴보면 적절하게 선택되었고 1인당 국민소득이나 경제성장률보다 더 의미 있는 지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갤럽의 발표에서 눈에 띠는 것은 중국이 우리나라보다도 낮은 82위를 기록한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 법률제도로 정비 못해
중국 인민의 낮은 행복지수를 확인하고는 다시 5가지 분야에 천착하게 되었다. 그 중 '공생적 사회관계', '사회공동체에 대한 만족도', '목적의식'의 측면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중국의 인민이 아마도 매우 낮은 만족도를 보였을 것 같다. 지난 후진타오 정부가 조화(和谐)사회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말이다. 중국에서 부족한 것을 분야마다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법률제도측면에서는 특히 ‘착한 사마리아 법’이 결여된 것 같다.
더불어 사는 삶,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을 법률제도로 정비하지 못하였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 빈곤층, 장애자의 기초 생활 보장을 위한 입법이 마련되지 않았고,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자신의 고귀한 생명을 희생한 의사자에 대한 국가적 원호가 법률제도로 정립되지 않았다. 내 집 앞 눈을 쓸지 않아서 과태료를 부과받는 일도 없다. 어디 그 뿐이랴.
경제민주화법인 ‘반독점법’ 쟁점으로 부상
경제민주화법은 조화사회, 공생적 사회관계를 건설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보호법, 공정거래와 독점규제법이 경제민주화법으로 손 꼽을 수 있는데 중국에서는 제대로 입법되지 않았거나 설령 입법되었다고 하더라도 유명무실하게 장롱 속에 쳐 박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사회에서 반독점조사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2007년 제정되어 그 동안 숨죽이고 있던 반독점법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2013년 1월 삼성, LG 그리고 대만기업의 액정평판 가격담합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여 우리의 주목을 받았다.
작년 6월 MS의 window office 소프트웨어에 대한 조사에서 시작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독과점 가격단합에 대한 중국 반독점규제당국의 규제가 금년 8월과 9월에는 정점에 이른 듯하다. 지난 7월 하순에 퀄컴과 MS에 대해 반독점조사를 시작하고 8월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일본의 12개 자동차부품회사, 크라이슬러, 아우디, BMW 등 다국적기업에 대해 독과점조사가 진행된 것이 중국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반독점조사에 대한 논란은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가 미중 관계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더 한층 촉발되었다. 특히 루 장관은 최근 중국측 파트너인 왕양(汪洋) 국무원 부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는 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평가절하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불공정 거래 ‘독점’의 피해는 소비자
중국 정부의 반독점조사는 외국기업을 겨냥하듯이 보인다. 그러나 중국 발개위 가격감독검사 및 반독점국 국장 쉬쿤린(许昆林)이 이미 중국 정부의 반독점조사는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을 망라하고 그 업종도 항공, 도서, 화학, 자동차, 보험, 전신, 의약, 분유, 액정평판, 주류에 걸쳐 있고 있으며 외국기업의 비율은 10%에 지나지 않다고 발표한 바 있다. CDMA통신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은 한국에서도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끼워팔기와 리베이트 제공 등으로 불공정거래 조사를 받은 바 있는데, 일부 언론에서 중국이 한국에게 퀄컴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공동 조사를 제의하였다고 보도되었다.
동방조보에 따르면, 퀄컴의 2013년 영업이익이 248.7억 달러이고 순이익은 68.5억 달러인데 퀄컴이 중국에서 취득한 특허사용료만 전체 이익의 49%라고 하였다. 특히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은 68.1억 달러로서 전년 동기 9% 증가하고 순이익은 24.2억 달러로 전년 동기 42% 증가하였으나, 중국의 휴대폰업계는 평균 이익률이 0.5%에 지나지 않아 10배 이상의 특허사용료를 내야 하는 불공정한 거래가 이뤄졌다고 퀄컴을 비난하였다. 이러한 퀄컴에 대해 반독점조사를 하는 것에 미국의 재무장관이 공정성 시비를 제기하는 것은 여러모로 지나친 감이 있다.
반독점규제 인민의 행복에 일조할 것
독점은 자유경쟁, 공정경쟁의 반대편에 있다. 독점의 이익은 독점기업이 취득하지만 그 피해는 소비자 즉 일반인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것이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주기적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간 경쟁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마련된 트러스트와 카르텔이 석유, 철강 분야에서 전개된 것이 그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20여년 전 서울 남산 인근의 아파트단지에 3개의 비디오가게가 있었다고 한다. 상호는 서로 달랐지만 그 주인은 모두 같은 샐러리맨으로서 부업처럼 운영했다. 영화 비디오 한 편의 대여료가 인근보다 500원이 높은 2500원 이어서 지역 주민의 불평이 있자 어느 뜻있는 사람이 새로 비디오가게를 차려서 편당 2000원으로 대여하였다.
그러자 3개의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동시에 1500원으로 비디오 대여료를 할인하고 장기간 버텼다. 새로 비디오가게를 차린 뜻있는 사장님은 1500원으로는 도저히 수지가 많지 않아서 2000원의 가격정책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는데 매출이 오르지 않아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이것이 독점의 폐해인 것이다. 독점가격은 시장가격보다 높게 또는 낮게 형성하여 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무너뜨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반독점조사를 지켜보면서 무언의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반독점 규제는 중국 인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일조를 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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