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공감 한 줄]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인간이 1을 더하는 순간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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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지은이) | 김난주(옮긴이) | 이레 | 2004 |
일본문학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에 하나인 아쿠타가와赏을 수상한 여류 작가 오가와 요코가 쓰고 김난주가 번역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싱글맘, 10살된 아들 그리고 교통사고로 기억 장애가 생긴 수학박사 등 평탄치 않은 삶을 사는 세 사람의 아름다운 관계를 수(數)를 매개로 담백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18살에 전기공학도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게 된 싱글맘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주인공은 파출부로 생계를 꾸려간다. 소설은 주인공이 수학박사 집에서 파출부 일을 하면서 시작된다. 일하러 간 첫날, 박사가 주인공에게 묻는다.
"자네 신발 사이즈가 몇이지?"
"24인데요."
"오오, 실로 청결한 숫자로군, 4의 계승이야."
박사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도구는 숫자다.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박사는 1975년 이전의 사실만 기억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는 80분만 기억할 수 있다. 그래서 매일 박사와 주인공은 똑같은 질문과 대답으로 처음 대면한다. 그런 박사가 관심을 갖는 것은 Journal Of Mathmatics에 연재된 수학문제 응모와 1970년대 한신 타이거스 투수 에나쓰다.
박사는 주인공 아들이 저녁을 혼자 먹어야 하는 사실을 알고는 다음날부터 꼭 데리고 오기를 청한다. 이렇게 하여 루트는 매일 박사님을 만나 수학을 공부하면서 우정을 느끼게 된다. 루트는 아들의 정수리가 루트( )처럼 평평하다고 박사가 지어준 별명이다. 주인공과 루트는 야구를 좋아하는 박사를 위해 한신 타이거스 경기를 보러 간다. 한번도 야구장에 가본 적이 없고, 에나쓰가 던지는 공을 본 적도 없지만 그의 기록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 박사는 등번호 28번의 에나쓰가 경기에 출전하느냐에 무척 관심이 많다.
"에나쓰를 볼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에나쓰 선수는 엊그제 고시엔에서 자이언츠 전에 선발로 출장했기 때문에 오늘은 벤치를 지킬 거예요. 미안해요 박사님."
에나쓰가 현역을 은퇴하고 코치가 된 사실을 알면 실망하실 박사를 위해 거짓말하고 있는 루트의 말에 박사를 향한 배려심이 느껴진다. 박사는 야구를 보고 집에 돌아와 고열에 시달리고, 주인공은 삼일 밤낮으로 간호한다. 그 결과로 돌아온 것은 무례하게 남의 집에서 밤을 지샜다며, 박사의 형수로부터 날아온 해고 통지서다. 해고된 지 며칠 후, 박사 댁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가니 루트가 거기에 있었다. 루트가 박사를 찾아간 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박사의 형수가 부른 것이다. 친구를 만나러 온 게 뭐가 잘못된 일이냐며 항변하는 주인공, 사무적인 태도로 잘못을 따지는 박사의 형수, 두 사람의 언쟁을 지켜보던 박사가 메모지를 조용히 내민다.
한없이 순환하는 수(e)와, 절대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수(i)가 간결한 궤적을 그리며 한 점에 착지한다. 어디에도 원은 없는데 하늘에서 π가 e곁으로 내려와 수줍음 많은 i와 악수를 한다. 그들은 서로 몸을 마주 기대고 숨죽여 있는데, 한 인간이 1을 더하는 순간 세계가 전환된다. 모든 것이 0으로 규합된다.
메모지에 쓰여진 오일러의 공식으로 언쟁은 마무리된다. 박사는 뭘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규칙이 없어 보이지만 인간이 1을 더하는 순간 숫자 0이 되는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숫자 1과 같이 아무런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관심을 갖고 끌어안는다면 세상은 아름답게 변화하게 될 것이란 뜻이 아닐까?
▷상하이작가의방
M.J.(
hmj1377@daum.net)
한국 대기업 중국 주재원으로 상해에 3년째 살고 있다.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작가의 꿈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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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 드라마 | 2006.11.09 | 전체관람가 | 116분
감독 고이즈미 타카시
출연 테라오 아키라, 후카츠 에리, 요시오카 히데타카, 아사오카 루리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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