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 상하이에서 있었던 고맙고 감동스런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생들의 현장학습 지도를 위해 상하이 출장 중이었던 지난 10월 13일, 현장학습을 진행할 한인 회사의 사장님을 뵙기로 하고, 학생들과 택시로 이동해 오전 10시경 우중루 신한은행 앞에서 내렸다. 사장님을 만나 차로 약 5분 거리의 회사로 이동한 뒤, 사무실에서 인사를 나누기 위해 명함을 꺼내려다 지갑을 분실한 것을 알았다. 택시비를 지불할 때 지갑에서 돈을 꺼냈으니 그 후 분실한 것이다.
마침 택시비 영수증을 챙겼기에 택시회사에 신고하고 기다렸으나, 약 10분 뒤 택시 안에는 없으며, 내가 내린 뒤로 손님을 태웠다는 전화를 받았다. 찾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서둘러 신용카드(3장) 분실신고를 하고 나서도 뒷일이 걱정되어 당황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사장님은 위로의 말씀과 함께 인민폐 1500위안을 빌려주시는 호의를 베풀어 주셨다.
덕분에 마음을 추스르고 약속된 두 곳의 한인 회사를 더 방문해 학생들의 현장학습을 부탁하고, 12시경 학생들의 숙소인 옌안시루(延安西路)의 동화(东华)대학으로 복귀했다. 학생들을 기숙사로 돌려보낸 뒤 이리루(伊犂路)의 호텔로 돌아와 뒷처리를 궁리하고 있을 무렵, 오후 1시 반경 호텔 프론트로부터 지갑을 잃어버렸는지 묻는 전화가 왔다. 주운 사람이 전화번호를 남겼다는 것이다.
급히 프론트로 내려가 전해받은 번호로 연락을 했다. 40대 가량의 남자 목소리는 중국인이었고, 근무하는 회사가 오전에 택시에서 내린 곳 바로 그 앞 건물이었다. 현금은 잃더라도 신용카드들은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택시로 급히 갔다. 그가 알려준 우중루 5층 사무실(吴中路1068号燎申国际大厦5楼C座)에 들어서니, 문간 자리에 앉아있던 40대 초반쯤의 남자(孫小华)가 일어서며 나에게 바로 지갑을 건네주며 잃어버린 것이 없는지 살펴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 이렇게 고마울 수가!
빙그레 웃음 짓는 그의 손을 덥석 잡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잠시 후 고맙다고 말하고 현금으로라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하니 그는 한사코 거절하며 ‘잉까이(应该的)’를 반복했다. 고맙다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보니, 지갑안의 현금(약 2000위안)은 물론 신용카드 등 내용물이 모두 그대로였다. 숙소로 돌아온 뒤 한참 후에야 저녁이라도 함께 하자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명함만을 건네주고 “씨에씨에(谢谢)”만을 되풀이 하고 와버린 것이 못내 아쉽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지갑을 주운 손선생(孫先生)이 지갑 안에 있던 호텔방 카드키의 커버에 적힌 호텔전화번호로 연락을 했고, 4시간 만에 지갑을 되찾을 수 있었다. 생각할수록 고맙고 감격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선생 덕분에 무사히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조금 전 국제전화로 재차 감사의 말을 전하고 그의 선행을 두루 알리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최웅혁(대구가톨릭대학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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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좋은 중국인들도 참 많은 것 같아요... 홍췐루에서 매번 지갑을 잃어버리기만 하고, 찾은 적이 없는데... 제 지갑은 나쁜 중국인들이 가져갔나봐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