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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가 2010년 11월 중국 윈난성의 커피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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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과 '고급'이란 두 단어는 오랫동안 공존할 수 없는 모순 관계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중국의 '고급화' 바람은 어느새 커피 시장에도 미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위스 커피업체 볼카페(Volcafe)가 중국 남부 윈난(雲南) 지방의 커피 업체 시마오아라비카슴(Simao Arabicasm)과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고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글로벌 커피업체가 원두 수급을 위해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볼커피는 지난 10년간 자사의 고급 '아라비카' 블렌드커피에 윈난 원두를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볼카페의 모기업인 원자재 무역 전문기업 ED&F MAN 홀딩스의 젠키스 반 데 윌드는 국제업무 담당 사장은 관련 인터뷰에서 "중국산 마일드 아라비카 커피는 아직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다"면서도 "하지만 공급이 꾸준하다는 것은 그만큼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식품회사인 스위스 네슬레도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 정부, 유엔개발계획(UNDP)와 손잡고 이 지역 커피 재배기술 발전을 위해 투자해 왔다. 스타벅스도 비슷한 시기에 현지에 가공 설비를 마련하고 관련 분야의 기술 지원을 시작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스타벅스는 2006년부터 중국 브랜드 커피원두 생산을 위해 중국 정부와 협력해 왔으며, 2009년에는 중국산에서 생산한 원두를 선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커피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남미 커피시장의 생산량 감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 커피 원두 생산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브라질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생산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브라질 다음가는 생산국인 콜롬비아도 잎이나 열매에 생기는 곰팡이의 일종인 '잎녹병(Leaf Rust)'이 기승을 부리면서 적잖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뉴욕 ICE 선물시장의 아라비카 원두 12월 인도분은 이달 6일 파운드당 2.208달러에 거래돼 2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커피 업체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면 전세계 커피 소비는 중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21%씩 증가했다.
중국의 커피 재배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차(茶) 재배지로 널리 알려진 윈난성에서 커피 재배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세기 말이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연간 커피 생산량은 60kg 자루 100만개 분량으로 코스타리카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문은 중국산 원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중국의 커피 수요가 앞으로도 꾸준히 늘 것으로 보여 윈난 지역 원두에 대한 글로벌 커피 업체들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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