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음식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같은 식재료라도 수많은 조리법이 있다. 조리법은 각 지역의 다양한 취향을 나타낸다. 현대화로 도시가 점점 비슷해지면서 전통 음식, 혹은 독특한 요리법으로 지역을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오리를 예로 들면, 카오야(烤鴨, 오리구이)를 즐겨 먹는 베이징 사람들 덕분에 이제 베이징 카오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후난(湖南)의 장반야(醬板鴨, 오리를 소금에 절였다가 납작하게 눌러서 건조시킨 요리)는 후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향과 매운맛, 단맛, 얼얼한 맛 등이 담겨 있어 그 지역 특색을 알 수 있다.
오리고기는 맛은 물론 영양도 매우 풍부하다. 중의학에서 오리고기는 맛이 달고 약간 짜며, 차가운 성질을 지녀 열을 내리고 해독 작용이 있다고 한다. 또 정력을 왕성하게 하고, 혈리(血痢, 이질에 걸렸을 때 동반하는 혈뇨나 혈변)를 멈추고 보양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홍역 환자와 열병 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또한 오리 피, 간, 쓸개와 오리 알 흰자도 약용 가치가 있다. 오리고기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각종 비타민과 광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자주 먹으면 인체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 섭취와 보신에 도움이 된다.
베이징 카오야
베이징 카오야는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밀가루 전병에 싸거나 즈마사오빙(芝麻燒餅, 밀가루 반죽을 동글납작한 모양으로 만들어 화덕 안에 붙여서 굽고 그 위에 참깨를 뿌린 빵) 사이에 끼워서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개인의 입맛에 따라 파, 춘장, 다진 마늘 등 양념을 더해 먹어도 좋다. 단맛을 좋아하면 흰 설탕에 찍어 먹어도 된다. 계절에 따라 오이나 무채와 함께 먹으면 입안이 상큼해져 느끼함을 없애준다. 고기를 발라낸 오리 뼈는 배추나 동과(冬瓜)와 함께 푹 끓이면 그 맛이 또한 별미다. 뜨거워서 카오야를 먹기 불편하다면 냉채 요리도 있다.
구운 오리는 대추색에 반들반들하게 윤기가 돈다. 껍질은 바삭바삭하고 육질은 부드러우며 향기가 코를 찌른다 따뜻할 때 손님 앞에서 요리사가 직접 번개 같은 솜씨로 오리를 자르면 보는 눈이 즐겁고 식욕이 절로 생긴다.
난징(南京) 옌수이야(盐水鸭)
중추절 전후는 난징에 구이화(桂花)가 만개하는 계절로 이때 만든 옌수이야의 맛이 으뜸이다. 오리고기에서 구이화의 향이 느껴질 정도라 옌수이야를 구이화야(桂花鴨)라고 부르기도 한다. 명절이나 집에 손님이 오면 옌수이야를 준비하는 것이 난징의 풍습이 됐다.
난징에서 제일 사랑받는 음식 중 하나인 옌수이야는 최근 조리법도 다양해져 여러 종류의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다. 신선하고 다양한 옌수이야는 물론 야준(鴨肫, 오리 위), 야야오(鴨腰, 신장), 야간(鴨肝, 간), 야신(鴨心, 심장) 등 ‘4가지’ 요리도 있다. 옌수이야준은 부드럽고 맛있어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차오야야오(炒鴨腰)는 신선하고 연하다. 후이야장(燴鴨掌, 오리 발 요리)은 별미고, 야신은 조리법이 다양하고 영양이 풍부하다.
오리 피도 이용한다. 난징으로 여행을 간다면 거리에서 오리 피로 만든 당면탕인 야쉐펀쓰탕(鴨血粉丝汤)을 파는 상점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야쉐펀쓰탕은 난징에서 제일 유행하는 간식 중 하나다.
후난湖南 장반야酱板鸭
우한(武汉) 마라야보(麻辣鴨脖)
오리 목은 원래 먹자니 맛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앞에서 소개한 몇 가지 오리 요리와 비교하면 상대가 안 될 것 같다. 그러나 우한 사람들이 고추와 팔각 등 10여 가지 향신료를 넣어 요리로 만들어내자 중국 전역으로 퍼져 식객들이 빼놓지 않는 음식이 됐다.
우한의 마라야보는 쓰촨(四川)의 마라투터우(麻辣兔头, 매콤하고 얼얼하게 만든 토끼 머리 요리)를 모방한 것이다. 원래 후베이(湖北) 요리에는 매운 맛은 있지만 얼얼한 맛은 없었다. 마라투터우는 맛은 있지만 뼈가 많고 살이 적어 먹기 불편하다. 반면 같은 조리법으로 만든 오리 목은 먹기도 편하고 맛도 좋다.
그러나 더 먹기 편한 오리 간, 창자, 날개, 발에 비해 오리 목은 뼈와 살이 붙어있어 깨물고 씹고 빨아 먹어도 그 맛의 8-90% 정도만 느낄 수 있어 부족한 감이 있다. 게다가 입 안 가득 매콤하고 얼얼한 맛이 남아 있어 한 접시를 추가로 주문하게 된다. 이것이 오리목 요리의 묘미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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