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공감 한 줄]
정도상의 장편소설 ‘낙타’
낙타의 걸음걸이를 배울 수 있는 한 권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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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상/문학동네/2010 |
언제부턴가 ‘청소년 자살’이 사회의 큰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난 수 십 년 동안 경제 성장과 비례하여 ‘청소년 자살률’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의 사회가 그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고’만이 인정받는 사회, ‘나’를 우선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사회, 명예나 권력이나 금전을 추구하게끔 틀이 형성된 사회. 집(house)은 많지만 가정(home)은 적어지고 있는 사회……. 청소년들에게 꿈을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다.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에게 대리만족을 강요하고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 지금 한국 사회에서의 흔한 모습이다.
장편소설 <낙타>는 ‘청소년 자살’을 다룬 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은 정도상 작가가 실제로 아들의 자살을 겪은 후 집필한 것으로 많은 문장 속에 작가의 고통과 상처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고통이나 아픔을 고백하는 소설이 아니라 치유로서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떠난 아들의 영혼,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영혼, 청소년을 잃은 사회의 영혼을 치유하는 소설이다. 치유의 주체이자 대상이 우리 모두인 셈이다.
소설의 배경은 몽골의 고비사막이다. 화자 ‘나’는 몽골에 다녀온 일주일 뒤 아들 ‘규’의 자살을 겪는다. 짧은 유서만 남긴 채 죽어버린 아들. ‘나’의 옆구리에 절벽 하나가 생기고 그 절벽 아래서 헤매다가 삼천 년 전 몽골 초원에서 재물로 바쳐진 새끼 낙타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를 따라 ‘나’는 몽골에 다다르고, 거기서 죽은 아들 ‘규’를 만난다. 아버지와 아들은 삼천 년 전에 흉노족이 남긴 암각화 ‘태양사슴’을 찾아 동행하게 된다. 낙타를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며 낮과 밤을 공유하는 아버지와 아들. ‘나’는 아들 생전에 못다 한 말들과 전하지 못한 생각들을 나누고자 애쓴다. 낙타를 비롯한 동물들과 식물들 -생명이 있는 것들- 과 대화를 나누는 능력을 가진 ‘규’는 이 땅의 어린 영혼들을 대변한다. 결국 ‘태양사슴’을 찾아낸 후 ‘규’는 이별을 고하고 하늘로 되돌아가 별이 된다.
작가는 ‘나’의 입을 통해 “모든 길은 집에서 시작되고 집에서 끝난다. 인간은 누구나 집에 있거나 혹은 길 위에 있다”라고 말한다. ‘집’은 곧 가정이자 가족이고 ‘길’은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여정이다. 에릭 호퍼는 그의 저서 <인간의 조건>에서 “현대의 우리는 미래의 일에 대해 아이들이나 무지한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오히려 지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요즘 말로 부모가 ‘갑’이고 아이가 ‘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통’은 일방의 의사 전달이 아니라 쌍방의 의사 교류다. 부모와 자식의 소통의 부재를 방치하면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맞닥뜨릴 수 있다. 내게 소중한 것. 소중해서 지켜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지킬 수 있어서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제목을 ‘낙타’로 정한 것은 짐승 중에서 낙타만이 유일하게 영혼의 속도로 걷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다. 부모와 아이의 소통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낙타의 걸음걸이를 배울 수 있는 이 한 권의 소설 <낙타> 일독을 권하고 싶다. 특히 청소년기 아이를 둔 부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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