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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동화 비틀기

[2014-11-06, 10:01:42] 상하이저널

-삶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있다면
 
‘백설 공주’ 이야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를 보여주는 마법의 거울이 나온다. 왕비가 그 거울을 즐겨 사용한 것을 보면 백설 공주의 계모 또한 시대를 아우를 미모의 소유자였음을 보게 된다. 만약 이 거울을 그냥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가 갖고 있다면 어땠을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정보 외에 그의 삶에 이 마법의 거울이 주는 유익이 있었을까?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실제 삶의 생존과 영위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우리 주위에 많음을 보게 된다. 지금의 나도 존재하지 않는 마법의 거울을 두고 삶과 무관한 여러 상상들을 하고 있으니.

‘플란더즈의 개’를 읽던 초등 2학년 아들이 눈물이 글썽글썽하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그 아이에게 ‘플란더즈의 개’를 읽어 주며 나 또한 눈물을 글썽였다. 너무도 슬픈 마지막. 세상 어디 하나 기댈 곳 없던 꼬마 천사의 마지막에 그가 가장 사랑하는 그림을 보며 또한 가장 사랑하는 바트라슈와 함께 했음이 흐르는 눈물 속에서 어른인 내 눈 속엔 위로가 되었다. 워낙 자본주의의 팽배로 뉴스에서 접하는 허망한 죽음들을 접하다 보니 동화 속 레오의 마지막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기 돼지 삼형제를 즐겨 읽었다. 디즈니 만화로 재미있는 노래까지 있다 보니 이 동화는 인기였다. 늘 마무리는 성실하고 꼼꼼한 막내를 칭찬하는 걸로 교훈적으로 끝냈다. 아기 돼지 삼형제로 첫째, 둘째, 셋째 나눠 봐야 한날 같은 때 태어난 형제들이다. 순서가 짚으로 집을 만든 첫째 집에 늑대가 먼저 와서이지 만약 순서가 한창 집을 짓고 있는 막내 집부터 늑대가 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해 본다. 물론 미리 튼튼한 집을 짓는 막내 돼지이니 집을 짓다가 늑대가 왔을 때 어떻게 피하고 대처할 지 대책을 세웠으리라는 추측도 함께 해 본다. 동화를 비틀어 보다 보니 어른들 인생도 투영된다.

유치원 딸에게 ‘미운 아기 오리’를 즐겨 읽어주는 엄마가 있었다. 딸아이가 너무 좋아해 교훈적이라 읽어 주고 또 읽어 주고. 어느 날 유치원에서 장래 꿈을 아이가 그려 왔단다. 그 아이의 장래 꿈은 미운 아기 오리였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삶이 더욱 풍성해져야 할 것 같은데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엔 안 좋은 소식투성이다. 왜 그리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이들이 많은지. 막다른 곳에 몰렸을 그들이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가 때론 동일하게 나를 짓누르기도 한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그들이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는 얼마였을까? 삶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있다면 상상해 본다. 사업을 하며 회사를 꾸려가는 사장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그 저울로 달아보고 싶다. 잘 나갈 때 그 저울은 가뿐하게 무게를 표시하리라. 자금의 압박을 받을 때 그 저울이 나타낼 무게의 눈금이 나타낼 수치를 그려 본다.
 
중고등 자녀를 둔 엄마의 삶의 무게를 재 본다. 아이가 모범생에 자기 주도적인 아이라면 이 저울은 가볍게 부담없이 눈금을 가리키리라. 사춘기의 반항과 방황을 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그 저울은 뭐라 표현할까? 나의 생각으로 동화를 비틀며 말하는 삶의 저울이 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오늘 내 삶의 저울은 나에게 뭐라 말해 줄까? 내 아이가 그 저울에 올라갔을 때 그 저울이 들려줄 말은?

매일 내 마음 속의 삶의 저울에 나의 남편의 무게와 내 자녀가 느끼는 무게를 조심스레 물어본다. 더불어 내 주위 이웃의 삶의 무게에도 관심 가질 마음의 여유로움과 사랑을 소망해 보며 가을을 보낼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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