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아이들 키우며 생활한 지 벌써 십여 년이 지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 하면 긴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엄마가 보고 싶고 그리웠던 때를 떠올려 보면 모두 내가 아프거나 힘들고 지칠 때였다. 힘들고 지치니 나도 모르게 엄마의 따스한 품이 그리워졌던 것 같다.
나는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엄마에게 전화를 드리는 대신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시를 읽으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곤 했다. 괜히 전화를 드려 부모님께 걱정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엄마의 끝없는 희생과 사랑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서는 철이 없어 몰랐고, 대학에 가서는 노느라 몰랐고, 직장생활 하는 동안은 바빠서 몰랐고, 결혼해서는 남편만 바라보느라 몰랐고, 아기를 낳고는 애들 키우느라 몰랐다. 이제 아이들이 크고 예전의 엄마 나이가 되어보니, 엄마의 마음이 어떠셨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언제나 그래도 되는 줄 알았던 일들이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그러면 안 되는 일이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나는 또 감기몸살에 걸려 고생 중이다. 몸이 아프니 또 엄마가 보고 싶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도 이렇게 아프신 적이 많으셨을 텐데, 어떻게 아침마다 따뜻한 밥을 새로 지어 주셨는지…. 그저 감사하고 놀랍기만 하다. 겨울 방학에 한국에 가면 나도 우리 애들처럼 울 엄마랑 꼭 끌어안고 자보고 싶다. 어렸을 때처럼 엄마 품에서 세상 걱정 없이, 엄마의 사랑 듬뿍 받으며 새근새근 잠들고 싶다.
‘어머니’라는 말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존재, 어머니!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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