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이야기]
손님, 식구 그리고…
“아찌~ 아찌~”
멀리서부터 아이들의 흥분된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연우네 식구들이 왔구나. 흥, 그런데 저 녀석들 매번 아찌만 찾는단 말이야' 부엌에서 난 혼자 중얼거린다. 상하이에서 만나 가까이 지낸 지 10년이 지났고 그사이 연우 동생도 생겨 벌써 11살, 6살이 되었다.
거의 매주 우리 집에 와 함께 지내는데 매번 연우 가족들 오고 갈 때 시끌벅적한 아이들 떠드는 소리 웃음소리가 마치 시골 친척집에 온듯한 즐거움이 있다. 다른 날과 달리 요란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은 커다란 박스를 들고 있었는데 그 속에는 노랗고 귀여운 병아리 두 마리가 삐약 대고 있었다.
엄마와 구경 나갔다가 아이들 성화에 산 모양인데 아파트에서 어찌 기르냐며 아빠는 여간 못마땅한 얼굴이고 아이들은 그저 신이 나서 우리에게 자랑이다. 짓궂은 남편은 병아리 이름을 ‘양념이’랑 ‘후라이드’로 지어 아이들의 원성을 샀고 한번도 길러본 경험이 없는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오늘 우리 집에 온 뜻밖의 손님에게 배추와 상추로 접대를 했다.
한 주가 지나 아이들이 이번엔 좀더 큰 박스를 들고 왔다. 그리고 이제 제법 자란 이 손님들을 우리 집에 두고 가겠다고 한다. 아파트 베란다는 기를 수 없겠다고 마당 있는 아찌집이 좋겠다고 자기네 가족들은 결정을 한 모양이다. 갑작스레 어떨 결에 그러라 했지만 눈으로만 예뻐하는 우리식구들은 나보고 어떻게 기를 거냐고 묻는다.
손님에서 식구가 된 삐약이 남매(?) 나의 하루는 또 하나의 일이 생겼다. 마당은 있지만 호시탐탐 노리는 옆집의 두 마리 개와 들고양이들 때문에 내놓을 수가 없다. 하루에 한두번씩 운동을 시키는데 빗자루를 들고 삐약이들을 그 야수들로 부터 지킬때면 내가 마치 무슨 목동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가끔 땅을 파다가 지렁이라도 잡아 서로 물고 도망치고 따라가고 할 때면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고 점점 정이 들어갔다. 삐약이들은 나날이 자라고 박스에 걸어둔 나뭇가지에 두마리 나란히 앉아 있으니 이제 집이 비좁아 보인다.
그날, 햇볕 화창한 오후 이제 제법 큰 두 녀석들 마당에 놓아두고 잠시 집으로 들어왔는데 밖이 삐약삐약 난리 법석이다. 쟤네들이 당신을 찾는다는 남편의 말에 신이나 문을 여니 한 마리가 문 앞에서 목청껏 울고 있다. 아뿔사, 옆집개가 순간 물어갔다. 이를 어쩌나 몽둥이를 들고 아무리 큰소리를 쳐도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다. 혼자 남은 삐약이는 울고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옆에서 남편은 “그러니 왜 밖에 내보냈냐”고 미운 소리를 하고 늦게 귀가한 아들은 그 동안 관심도 없는 것 같더니 “왜 삐약이가 한마리냐”며 묻는다. 사연을 듣고 물어 갈거면 다 물어가지 하며 측은하게 혼자 남은 삐약이를 바라보다 제방으로 가버리니 내 마음이 더 힘들었다. 그렇게 우리 식구들은 우울했다 그날.
다음날 아침 우리집 도우미 아줌마가 한마리는 어디 갔냐 묻기에 내가 여차여차 해서 “삐약이가 혼자가 되 속상하다”고 넋두리를 하니 아줌마 하는 말이 걱정하지 말란다. “병아리는 혼자서도 빨리 잘 자라고 곧 먹을 수 있다”며 어이없는 말로 나를 위로한다. 아줌마는 내가 맛있는 치킨 한마리를 잃은 게 아까워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서로의 생각이 다른걸 어찌하랴.
짝잃은 삐약이가 측은해 이것저것 맛난 것 주어도 그렇게 시끄럽게 삐약거리던 소리도 줄고 외로워 서성이고 있는 것 같아 죄인처럼 미안하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이번 주 병아리 꼬마주인들이 올텐데 난 또 어떻게 이 아이들 얼굴을 볼까.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