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법당국이 18년 전에 이뤄진 소수민족 청년에 대한 사형판결의 타상성 여부를 재조사하기로 했다.
이 청년은 당시 '일사천리'로 진행된 수사와 재판으로 사형을 당해 세상을 떠났지만, 부모가 상경민원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오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일 중국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네이멍구(內蒙古) 고등법원은 최근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18년 전 발생한 '후거지러투(呼格吉勒圖)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1996년 6월 후거지러투(당시 18세)가 일하던 담배공장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후거지러투는 직장동료와 함께 이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다.
공안은 그러나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신 후거지러투가 공장으로 복귀하던 도중 "집에서 열쇠를 가져오겠다"며 10여 분간 종적을 감췄던 점, 동료에게 먼저 여성 화장실을 들어가 보자고 한 점 등을 의심해 그를 살인범으로 몰았다.
물증이 전혀 없었지만 살벌한 법집행 분위기 속에서 수사, 기소, 사형선고와 사형집행은 불과 62일 만에 종결됐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9년 뒤인 2005년 '대반전'이 일어났다. 당시 연쇄살인 혐의로 공안에 체포된 자오즈훙(趙志紅)이 10명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자백했고 그 중 한 명은 후거지러투가 살해한 것으로 결론난 여성이었다.
중국법원은 자오즈훙에 대한 공판을 2006년 11월 개시했지만 '후거지러투 사건' 때문에 지금까지도 종결짓지 못했다. 중국당국은 당시 '후거지러투 사건' 재조사팀을 구성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구체적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나 재조사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중국법원은 지난해 9월에도 과거 살인사건에 대해 "내가 진짜 진범"이라고 주장하며 오랫동안 기이한 법정공방을 벌여온 한 연쇄살인범의 주장을 끝내 기각했다.
그는 1994년 스자좡(石家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범은 당시 범인으로 몰려 사형당한 녜수빈(섭<手변없는攝>樹斌·당시 21세)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거 등에서) 중대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법원이 8년이 지나서야 갑자기 후거지러투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공식 착수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를 계기로 대대적인 사법제도 수술에 착수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중국에서는 무고한 사람이 살인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거나 심지어 사형판결을 받고 뒤늦게 구제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어 '억울한 사건, 허위조작 사건, 오심 사건'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제도 개혁이 매우 시급하다는 요구가 계속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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