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공산주의’도 중국으로 오면 ‘마오쩌둥(毛澤東)식 공산주의’로 바뀐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그렇게 출발했다. 중국에서는 법치(法治)도 ‘중국식 법치’가 된다. 당(黨)이 헌법 위에 군림하는 시스템 말이다. 혁신(innovation)도 그렇다. 중국으로 오면 ‘중국 특색의 혁신’이 된다. 지난달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던 알리바바가 이를 보여 준다.
MS·애플·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은 상품(서비스)에 혁명적 진보를 가져왔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다르다. 비즈니스 모델인 전자상거래시스템은 이베이나 아마존 등에서 배워 왔을 뿐 혁신 하고는 거리가 멀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뉴욕 투자가들은 알리바바의 기업공개(IPO)에 약 218억 달러를 몰아줬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이 물음에 ‘시장화를 통한 혁신(Innovation through commercialization)’이라고 답한다. 해외에서 개발된 기술을 중국 소비자에 맞춰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서방 기술 따라하기를 ‘짝퉁’이라 비웃지 말고 ‘중국 특색의 혁신’으로 보라는 충고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의 중국 비즈니스와도 직결된 문제다. 삼성전자 역시 똑같은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샤오미(小米)에 한 방 먹었기 때문이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雷軍)은 2010년 회사 설립 이후 ‘스티브 잡스 따라하기’를 계속하고 있다. 해외 언론이 아무리 ‘짝퉁’이라고 비아냥대도 그는 그만둘 생각이 없다. ‘애플 생태계’를 중국 시장에 이식(상업화)시킨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필요한 기술은 모두 해외에서 배웠다. 샤오미의 ‘상업화 혁신’은 순항 중이다. 이미 갤럭시를 밀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1인자로 올라섰다.
맥킨지는 ‘중국식 혁신’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200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중산층(한 달 약 150만원 안팎의 가처분소득을 가진 가구)을 꼽는다. 샤오미의 중저가 휴대전화를 받아준 소비자들이 바로 이들 중산층이었기 때문이다. 애플·삼성은 애당초 ‘샤오미 가격’에 맞출 생각이 없었다. 부유층 고가시장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산층 소비자들은 샤오미에 애플을 무너뜨리고, 이어 갤럭시 아성을 흔들 동력을 제공했다.
전 산업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그들은 해외에서 개발된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고, 이어 여지없이 ‘상업화 혁신’에 나선다. 화장품·압력밥솥·패션의류 등 지금 우리가 기술 경쟁력을 가졌다는 품목도 예외일 수 없다. 중국 기업은 빠른 기술 추격과 원가 절감으로 그들 특색의 혁신을 이룰 것이다. 지금 잘나가는 제품군들도 곧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다. 중국 소비자는 이제 우리나라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중국 시장의 ‘상업화 혁신’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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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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