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씨도 곱고 외모에서부터 교양미가 넘치는 모모 타이타이는 운전대만 잡으면 딴 사람이 된다. 충돌할 듯 아찔한 순간에 절묘하게 차 머리를 들이밀어 넣고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씨익 웃는 표정은 평소 차분하고 사려깊은 자태를 지닌 모습과는 완전 다른 느낌을 준다. 자기도 민망한 지 묻기도 전에 변명아닌 변명을 한다. “이러지 않으면 이 네거리에서 영•원•히 서있어야 해요!” 얌체 운전족이야 한국에도 없을 리가 없건만 유독 중국에서 운전이 쉽지 않은 이유는 뭘까.
몇 년 전만 해도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일이 다반사였으니 몇 년 새 자가 운전자들이 부쩍 늘어난 중국의 도로 상황이 어떨 지는 짐작이 된다. 비단 운전 매너뿐만이 아니다. 지난 여름 송강의 한 놀이공원에 간 적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목조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데 줄을 섰다기 보단 그냥 사람들 속에 끼어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리 저리 밀리는 중에 스무 살이나 됐을까, 조그만 아가씨가 열심히 사람들 틈을 비집고 끼어들어온다.
“너 어디 가냐, 여기 줄 서있는 거 안 보이냐?”
라고 했더니 빈 손을 보여주며 앞에 사람 찾으러 간단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 나만 면박을 주기도 뭐해 그냥 뒀더니 바로 뒤에 여자 핸드백을 쥔 남자가 내 시선을 외면하며 열심히 그 뒤를 따라 사람들 속을 헤집고 앞으로 간다. 어쩜 저렇게 뻔뻔할까 화가 났는데 더 황당했던 건 그 많은 사람들 중 누구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너그러움 때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마치 그들 또한 언제든 기회가 되고 마음만 먹으면 똑같이 할 수 있다는 방증인 것 같아 더 불쾌해져서 모처럼 아이처럼 들떴던 마음이 확 상했던 기억이 있다.
“不违法的 就是合法的”,
우리의 정서대로 이해하자면 ‘편법’이라고나 할까. 중국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이 흔히 ‘关系’라고 하는데 ‘关系’에 버금가는 것이 바로 이 편법에 대한 정서가 아닌가 싶다. 법률상 처벌받지 않을 정도면 모든 것이 묵인되고 통용되는 사회, 거짓과 편법이 일상화된 사회. 그러나 함께 웃고 넘기며 더불어 습관화된 짝퉁 사용과 도로 무단횡단, 끼어들기, 세관 눈 속이기, 좋은 게 좋다고 적당히 넘어가기, 중국에서 안 되는 게 어디 있냐며 쉽게 문제 해결하려고 떼쓰기, ‘중국은 다 이렇지 뭐’하며 묵인하기, 아이들 문제라면 불법도 서슴지 않는 극성 등등. 일상을 돌아보면 과연 우리가 이 중국사회를 향해 손가락질 할 자격이 있나 싶다.
진짜 문제는 결코 ‘중국이니까’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선 이렇게 살고 한국에선 다르게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여기서 사는 나와 한국에서 사는 나는 다른 사람인가?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로부터 나는, 우리 남편과 아이들은, 한국사회는 떳떳한가? “나만 그러는 게 아니야!”라는 변명의 꼬리표를 어떻게 잘라버려야 할 지 초겨울 따사한 햇빛 아래 묵은 일상의 서랍을 열어본다.
▷구름에 실린 달팽이(geon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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