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모르는 중국시장이야기]
한중 FTA 시한부 선고인가
지난달 한중 FTA가 체결되고 금방이라도 중국시장이 대한민국의 제2내수시장으로 될 것 같이 들뜬 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중국시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쌀을 비롯해 주요 농축산물 품목 대부분을 양허에서 제외하여 방어하게"라며 양보를 이끌어 낸것이 협상에서 큰 성과를 얻었다는 듯한 기사를 접할 때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솔직히 얻으려고 한 협상인지 잃지 않으려고 한 협상인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타결내용은 세부항목들이 공개돼야 알겠지만 고급생활가전이나 의류, 건강•스포츠품목 등을 NT10(10년내 관세철폐)품목 군으로 분류 됨으로써 10년내에 관세가 철폐될 가능성이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바꿔서 말하자면 소비재 완제품들은 짧은 기간 내에는 대 중국 수출에 지금보다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내용으로 이해된다.
한국상품, 10년후면 중국내수시장 설자리 잃을 수도
앞서 언급한 품목들은 현재도 중국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제품들이다. 중국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상품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품목들을 두고 10년 후에 관세가 없어지게 되면 대박이 날 품목이라고 얘기하면 너무 사탕발림이다. 관세 유혜가 되는 이 10년은 중국제품들이 현재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들을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는 시간이다.
10년이 뭔가, 현재 정도의 중국상품들의 품질향상의 속도면 몇 년 내면 동일가격대에 상품수준으로 볼 때 한국상품이 중국내수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한국상품입장에서 본다면 10년후면 못팔아 먹는 상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소비재시장 성장속도는 한국의 4배이다. 그러니 10년 후면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또 모르는 이야기이다. 10년내 관세철폐라는 말은 극단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10년 시한부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상품과 브랜드에서 10년은 긴 시간
쿠쿠밥솥에서 나는 1980년대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코끼리밥솥을 본다. 1982년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일제밥솥이 한해 1만5천개씩 반입되었다고 하니, 가히 "밥솥 사러 일본 간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한국 중상층 주부들에게는 선풍적인 인기였다. 하지만, 오늘날 집집마다 전기밥솥이 있지만, 코끼리 밥솥을 사용하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코끼리밥솥을 알기나 할까?
상품과 브랜드에 있어서 10년은 너무나 긴 시간이다. 패션브랜드의 라이프사이클로 본다면 두 번은 리뉴얼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중국소비자들이 계속해서 한국화장품을, 쿠쿠밥솥을, 한국드라마를 사랑해 주고 찾아주기를 기대한다면 그것 또한 우리의 욕심일 것이다.
경쟁력이 남아있는 동안 모든 노력 다 해야
자, 이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주변을 정리하고 유서를 쓰고 눈물로 생을 마감할 것인가? 그냥 살만큼 살았으니 달력에 날짜를 지워가며 시장과 이별을 고할 것인가?
아니다. 지금이야 말로 진정한 삶에 대한 애착을 가져야 할 시간이다. 이제 일분일초가 중요하고, 살아 남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야 되는 시점이다. 살기 위해 식단도 바꾸고, 체질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하며,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 병과의 전쟁이 아니라 시간과의 전쟁이다. 아직 경쟁력이 남아있는 동안 어떤 시련에도 죽지 않을 몸을 만들어야 한다.
100년 지나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상품을
시한이 제안되어 있다는 것은 결코 나쁜 것 만은 아니다. 그 만큼 더 간절하게 준비할 수 있다. 만약에 모든 상품에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시장이란 거대한 시장을 마주하고서 짧고 굵게 팔다가 말아 버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10년이나 남았다. 이 시간 동안 대한민국 상품들은 100년이 지나도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세계최고의 상품과 브랜드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중국과의 현실을 인식하고 준비하면 시간은 우리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계실지 모를 이번 협상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가 반대로 큰 실망을 하는 분들을 위해, 실망의 한숨과 서러움의 눈물을 접고 화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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