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선족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자”
상하이조선족기업인협의회 문명걸 회장
|
상하이조선족기업인협의회 문명걸 회장 |
중국에 사는 한국인 100만명, 한국에 사는 조선족 수도 무려 50만명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최근 몇 년간 중국 내 조선족 인구는 급격히 줄어 약 120만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조선족 수가 비슷해진 셈이다. 상하이에 사는 숫자 역시 8만~10만으로 비슷하다.
조선족, 재중동포, 조선족교포…. 호칭은 다양하지만 비즈니스 파트너로, 직원과 상사로, 고객과 손님으로, 동료와 이웃으로 교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상하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각자 관계와 경험에 따라 ‘하나인 듯, 하나 아닌, 하나 같은’ 한국인 또는 조선족으로 인식됐겠지만 중국에서 외국인으로, 소수민족으로 모두가 열심히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상하이에서 20여년간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상하이조선족기업인협회(이하 조기협) 문명걸(50) 회장을 만났다. 상하이 조선족사회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고민과 얘기를 듣는 자리였다. 앞으로 3년간 조기협을 이끌 그는 “조선족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겠다”라며 포부와 계획을 밝힌다.
내년 5월 정식 성립식 개최 예정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이제 정식 성립단계인 조기협의 틀을 잘 잡아야 하는 사명감을 갖고 임기 동안 열심히 하려고 한다.”
지난 2~3년 동안 조기협 준비위원회 단계에서 협회를 잘 이끌었던 한정화(뉴스타) 회장에 이어 신임회장에 추대된 문명걸 회장은 올해 정식 성립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문 회장은 회원모집과 협회의 활동범위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이 주요 업무가 될 것이라며 3가지 추진과제를 소개한다.
▲조기협다운 일들을 하자: 상하이 내 조선족 기업은 약 1500개 내외다. 현재 IT협회, 요식업협회, 무역, 제조업체 등 업종별 교류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회원사에 도움이 되고 뒷받침이 되는 일들을 많이 하고자 한다.
▲조선족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자: 상하이 조선족들의 다양한 모임과 단체행사(조선족노인협회, 조선족대학생신입생환영회, 대학생체육대회, 한민족큰잔치 등)에 힘이 되도록 지원방법과 예산 등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할 계획이다.
▲내년 5월 조기협 성립식 개최하자: 전국적으로 조선족 기업인 협회가 각 도시마다 성립돼 있다. 상하이 조선족 기업인들간 모임이 진행된 지는 오래됐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정식 조기협 성립은 늦은 편이다. 내년 5월 정식 성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선족 정체성 찾기에 힘과 지혜를
조선족의 정체성 확립도 조기협의 활동 중 하나라고 여기는 문 회장은 “상하이 거주 50년된 1세대부터 이곳에서 출생한 3세대까지 힘과 지혜를 모아 조선족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한다.
상하이에 거주한지 50여년째인 조선족 기업인 김민달 고문과 복단대 국제문제연구원 박창근 교수 등은 상하이 조선족 1세대다. 문 회장처럼 90년대 후반 상하이에 기반을 잡기 시작한 조선족들을 2세대라고 불린다. 또 상하이에서 태어났거나 2000년대에 상하이로 취업한 젊은 청년들을 3세대로 칭하고 있다. 조기협은 세대간의 다채로운 교류행사 등이 조선족 정체성 찾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상하이 조선족사회에 새바람 ‘조기협’
선양(沈阳)이 고향인 문명걸 회장은 1993년에 상하이 푸둥에 한식당 ‘운룡(云龙)’을 열어 현재 2호점을 운영 중이다. 선양에서 부모님이 운영했던 상호명과 같은 ‘운룡’은 문 회장에게 음식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다.
또 북한식당 ‘금강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초 구베이에 한류식당 ‘더(The)오빠’ 오픈을 앞두고 있다. 상하이 조선족 요식업계에서는 전통과 규모 등 손에 꼽히는 업체에 속한다. 이 외에도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문 회장은 조선족 기업인들 사이에 신실한 사업가로 통한다.
“출발은 거창하지 않다. 지속적으로 회원사를 모집하고 정식 성립을 거쳐 앞으로 조선족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든든한 협회로 나아가겠다.”
이제 공식적으로 한걸음을 뗀 조기협,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상하이 조선족사회에 새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고수미 기자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