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90허우(后)’(1990년대 출생자) 세대들의 구직에 임하는 자세, 취업관이 기업들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고 동방망(东方网)이 보도했다.
면접 ‘펑크’, 바람맞는 기업들
지난주 송장대학성(松江大学城)에서 열린 ‘구인구직 전시회’에서 참가한 한 기업 대표는 마음에 드는 구직자들에게 “면접은 언제 편하냐, 면접 시 반드시 와야 한다, 우리 회사는 신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등등 면접을 거듭 다짐받았다.
이 관계자는 “지난 10월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구인구직 전시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면서 “10명의 학생들이 면접에 오겠다고 답해놓고 실제 2명만 왔다”고 말했다. 확인전화를 걸었더니 수업이 있다는 학생도 있고 다른 회사가 마음에 든다거나 거리가 멀어서 못 가겠다, 잊어먹었다 등등 별의별 이유가 다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전화라도 받으면 괜찮은 편”이라며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며 머리를 저었다.
이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회사들이 적지 않았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똑같이 바람 맞는다. 6년동안 인사과에서 근무했다는 한 외자기업 관계자는 “언론에선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구인할 때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율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며 “4~5년 전에는 10명에 8명 정도는 면접을 왔는데 작년에는 면접통보를 받고도 안 온 사람이 절반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구인구직사이트인 첸청우여우(前程无忧)이 진행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45.1%의 구인기업들이 ‘절반 이상의 구직자들이 면접약속을 어겼다”고 답했고 19%는 “75%이상이 약속을 어기고 면접을 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면접에 응하는 구직자가10명 중 2~3명에 불과한 것이다.
90허우 ‘선택은 우리의 권리’
기업의 불만 섞인 시선에 대학생들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선택의 권리가 있다”고 반응한다. 동화대를 졸업한 ‘90허우’ 샤오쉬(小徐)는 “인터넷에 올린 구직신청서를 보고 10개 업체에서 면접 통보가 왔지만 그 중 5군데만 다녀왔다”면서 “기업이 학생들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학생들도 기업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샤오쉬는 구직업체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근무환경”이라며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인지 먼저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전화통보부터 친절하지 못한 업체는 아예 고려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샤오쉬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90허우’들이 대부분이다. 면접을 가느냐 마느냐는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화동정법대학을 졸업한 샤오뤄(小罗)라는 남학생도 “직장을 다니게 되면 하루 12시간을 동료와 함께 보내야 하는데 근무환경이나 직장 분위기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면서 “왜 인생을 피곤하게 살겠냐”고 반문했다.
직장 선택에서 중요한 건 ‘취미, 즐거움’
기업들은 ‘90허우’ 구직자들이 일이 쉬우면 ‘시시해서’, 일이 힘들면 또 ‘고생스러워서’ 기피한다고 말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대졸생을 인턴으로 쓴 적이 있는데 기본업무를 보게 했더니 일이 단조롭고 재미없다며 다른 일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심지어 게으름을 피우고 일을 안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관계자들의 ‘90허우’ 구직자들에 대한 평가서에는 “철없다, 까다롭다, 제멋대로’라는 표현이 단골처럼 등장한다. ‘90허우’들이 직장을 고르는 기준은 높은 임금이나 안정적인 직장보다는 자신의 취미에 맞나 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적지 않은 대학생들은 마음에 드는 직장을 찾지 못하면 차라리 취업을 안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재망(英才网)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좋은 직장’ 기준은 과거에는 ‘물질적인 성공’이었으나 현재는 ‘행복한 근무, 즐거운 생활, 존중받는 직장’으로 바뀌고 있다.
즈롄자오핀(智联招聘)은 ‘2014대학교 졸업생 취업추세 보고서”에서 “‘90허우’들의 부모는 196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개혁개방의 혜택을 본 세대”라면서 그들의 자녀들은 성장과정에서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누려왔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즐기면서 일한다’는 취업관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구인기준 세대에 맞춰 변화해야’
즈롄자오핀 관계자는 “90허우들은 직장을 고를
때 근무환경, 발전전망, 체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서 “현재 90허우들이 주요 구직자층인 것만큼 기업들도 이에 걸맞는 평가기준이나 선별방법 등 관리시스템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90허우 구직자들에게는 “능력은 떨어지는데 눈높이만 자꾸 올라가서는 안된다”며 “취업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신용을 지켜야 하며 사회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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