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중국 경제의 신(新)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신형 도시화 계획'이 시행 본궤도에 올라섰다. 중국 정부가 마침내 64개 신형도시화 시범운영 지역을 확정했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중국 국가발전위원회(발개위) 등 11개 기관이 최근 '국가신형도시화계획 종합시범방안'을 발표하고 신형도시화 시범운영 대상 64개 지역 명단을 확정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들 시범운영 지역은 성급도시, 성회성시(省会城市)와 부성급성시(副省级城市)를 포함하는 지방급도시(地級市), 현(縣)급도시, 건제진(建制镇· 향(乡)과 동급) 등 네 개 행정구역의 총 169개 지역 중에서 선정됐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둔화, 내수시장침체 등 저성장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뉴노멀(新常態 신창타이)' 시대 진입을 천명하며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신형 도시화 계획을 야심차게 내놨다. 신형도시화 계획은 중국 내수소비 확대와 중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낼 올해 핵심 경제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범운영 지역 명단에는 장쑤(江蘇), 안후이(安徽) 등 두 개 성(省)과 닝보(甯波), 다롄(大連), 칭다오(青島)의 중앙 직속 3개 중점개발 지역이 포함됐다. 또 스자좡(石家莊), 창춘(長春), 하얼빈(哈爾濱) 등 7개 성회성시, 베이징퉁저우구(北京通州區), 톈진지현(天津薊縣) 등 25개 지방급 도시, 허베이딩저우(河北定州), 산시제슈(山西介休), 네이멍구자란툰시(內蒙古紮蘭屯) 등 25개 현급도시, 저장창난현룽강진(浙江蒼南縣龍港鎮), 지린안투현얼다오바이허진(吉林安圖縣二道白河鎮) 등 2개 건제진의 64개 지역이 포함됐다.
시범방안은 2014년 말 이전부터 신형도시화 시범운영에 착수해 2017년까지 단계별 성과 목표를 달성하고, 2018~2020년 이를 전국 범위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신형도시화 계획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도시 유입 농민(농민공) 시민화 자금 분담제 △경제 다원화를 위한 도시화 투·융자 제도 △농촌주택건설제도 개혁 △신 행정관리모델 △시범구역 체제매커니즘 개혁 등 5대 임무를 제시했다.
우선 중국 정부는 농민공으로 대표되는 도시이전 농민인구의 시민화에 드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기업, 개인이 공동 참여하는 자금분담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비용을 분야와 성질별로 분류해 교육, 기본의료, 사회보장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지불 부담과 책임을 분담하는 내용이다.
경제 다원화를 지속하기 위한 '도시화 투자 융자제도' 구축에도 나설 전망이다. 지방정부 채무의 예산관리 시스템 편입, 정부의 공개 자산부채표 작성, 지방정부 채권발행관리제도 마련, 지방정부의 자체 채권발행 등을 통해 투자와 대출 방안 다각화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별로 대출과 부채상환 방식을 차별화해 효율적인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중앙정부의 '주택지개혁시범운영방안'에 근거한 농가주택지(宅基地·본래 집체 소유의 토지를 농촌의 개인이 주택용지로 점유하고 있는 형태의 토지) 개혁도 추진된다.
행정관리혁신과 행정비용절감을 위한 신형관리모델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지역별 조건을 고려해 행정등급과 행정구획설치 기준을 최적화하고, 선진화된 행정모델을 적용해 지역경제사회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도시농촌발전 일체화, 농업현대화매커니즘 구축, 복잡한 도시체제 융합, 도시생태관리제도 마련, 스마트도시, 저탄소도시, 인문도시 구축 등 시범운영 지역의 '개혁과 혁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신형도시화 계획은 도로, 인프라, 설비 등 하드웨어 확충에 집중했던 기존의 '양적 확장'에서 벗어나 사회안전망 확대를 통한 '질적 성장'을 강조한 정책이다. 낙후지역을 개발하고 주민 소득과 일자리를 증대해 중국 내수소비를 확대하고 중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지난 2012년 11월 열린 제18차 당대회에서 내수 위주의 경제성장을 강조하며 도시화의 적극적이고 안정적 추진을 새로운 정책방향으로 제시한 데서 시작됐다. 이어 지난해 3월 국무원은 '국가신형도시화규획(2014~2020년)'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중국 상주인구 기준 도시화율을 기존 53.7%에서 60%로 끌어올리고, 호적인구 기준 도시화율을 36%에서 45%까지 늘려 약 1억명의 농민을 도시 인구로 편입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신형도시화는 크게 호적제도 개혁과 토지수용 보상제도 개혁을 통한 '사람의 도시민화', 인프라 강화 및 신도시 건설을 통한 '도시배치 효율화'의 두 가지 개념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신형도시화 계획을 통해 △중국 소비수요확대 △새로운 사업기회 및 일자리 창출 △도시 인프라, 주택건설 등을 통한 경기부양효과 △도농간 빈부격차 해소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농민공의 도시민화를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복지 지출 증액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신형도시화 계획에 따라 도시로 신규 유입된 농민공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기업에게 전가되고, 이 때문에 인건비 상승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13억 인구를 보유한 개발도상국의 유례없는 장기 도시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신형도시화 계획은 중국 경제 도약의 향방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기사 저작권 ⓒ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