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시틱' 대표와 증권 등 협력 논의
삼성이 중국의 금융 전문업체와 손잡고 금융 사업 육성에 나선다. 기존 핵심 사업이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디지털 일변도였던 것에서 벗어나 서비스 등으로 다양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금융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인 핀테크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26일 삼성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현지 금융업체 시틱그룹의 창쩐밍(常振明) 대표를 만나 금융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자원개발 분야를 주력으로 한 중국 시틱그룹은 지난해 9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대표 국유기업으로 이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 9일 삼성증권과 시틱그룹 계열의 중신(中信)증권이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한 데 이어 두 그룹의 협력 관계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삼성증권은 앞서 중신증권과 리서치 정보공유, 프라이빗뱅커(PB) 간 교류, 상품 교차판매, 투자은행(IB) 부문 협력 등 다양한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만남이 단순한 협력 강화 차원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IT·전자부문에 치중된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을 금융 서비스까지 확장해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이번 만남에서 두 그룹의 증권사 간 협력에 감사의 뜻을 표시한 뒤 양사 간 협력을 다양한 금융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에 따르면 창쩐밍 시틱그룹 회장도 이 부회장의 의견에 적극 동의하고 협의 창구를 아예 지정해 구체적 확대 방안을 추진하자고 화답했다.
이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금융 분야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남을 갖고 있다.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결제업체인 미국의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과 핀테크에 대해 논의했으며, 미국에서도 현지 주요 카드 업체 최고경영진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다음달 출시 예정인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등에 탑재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에 대한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기기로 은행이나 쇼핑 등 각종 금융업무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핀테크 분야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핀테크를 포함한 세계 모바일 결제시장은 2012년 1,715억달러에서 2017년 7,210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수익성이 하락하는 등 차세대 먹거리 창출이 시급한 삼성전자 입장에서 모바일 결제 시장 선점은 그만큼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삼성 관계자는 “IT 전자 분야에 몰려 있는 사업 영역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수뇌부의 판단”이라며 “아무래도 스마트폰을 포함해 강점을 갖고 있는 모바일 사업에 금융을 결합한 핀테크 시장이 가장 유력한 신사업 진출 분야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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