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공감 한 줄]
세상기준에 못미치는 이에게 웃음과 힐링을
백년의 세월을 유쾌하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 열린책들 | 2013. 7 | 원제 Hundraaringen som klev ut genom fonstret och forsvann(2009년) |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2014년도 한국 인터넷서점 예스24, 교보문고 집계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유명한 작품이다. 이 책은 한 세기를 살아온 노인이 100세 생일파티를 거부하며 창문넘어 도망친 사건부터 시작해서 노인의 젊은 시절이었던 20세기의 폭약과 관련된 전쟁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황당하지만 점점 역사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무릎이 안 좋은 노인 알란은 100세 생일인 2005년 5월2일, 양로원에서 슬리퍼 차림으로 창문을 열고 뛰어내려서 단돈 650크로나만을 들고 도망친다. 그런데 버스터미널에서 화장실이 급한 갱단원의 캐리어를 보관하게 되었으며 캐리어가방안에 신발이라도 있으면 신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갱단의 캐리어를 들고 버스에 올라탄다. 그런데 그 캐리어 속에는 스웨덴화 5천만 크로나(한화 약 75억원)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 있었다. 돈에 큰 관심이 없던 할아버지 알란은 잃어버린 돈을 찾으려 온 갱단원을 실수로 죽이게 되고, 그 때부터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요새 ‘인생백세시대’라고 하지만 100세노인이 생일날 도망치면서 시작된 절도, 납치감금, 살인, 시체유기, 매수, 위증의 엄청난 범죄를 우연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계속 저지르면서 ‘다음 페이지엔 어떤 일과 어떤 공범들이 등장할까’하는 독자의 궁금증은 이 책이 제법 완벽한 구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정형편으로 9살에 학교를 포기한 어린 알란이 청소년시기에 폭약전문가에서 폭파전문가로 자라는 과정, 스페인내전의 파시스트 프랑코 장군과 미국의 맨하튼 원자폭탄 프로젝트, 해리트루먼 대통령, 스탈린, 아인슈타인, 국민당 장개석의 부인 송미령과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 김일성과 어린 아들 김정일, 한국의 6.25전쟁, 베를린 장벽의 붕괴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서 근세사를 1,2차세계대전과 냉전의 시대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점에서 재미있고, 불우한 환경으로 세상에 평가기준에 못 미치는 인생에게 웃음과 힐링이 되는 책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의 전개 방식이다. 100세 생일날 발생한 사건의 해결 과정과 알란의 과거 경험담이 한 챕터씩 번갈아 가며 소개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주인공이 마치 20세기와 21세기를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다. 책을 처음 읽는 독자는 약간의 지루함도 있겠지만 곧 그 묘미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짙 푸른색 바탕에 노인이 슬리퍼를 신고 캐리어를 끌고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책 표지를 보는 순간에 금방 스웨덴국기를 떠올리지도 모르겠다. 파랑색으로 대표되는 스웨덴 색으로 책표지가 장식되어있다.
스웨덴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꼽으라면 노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알프레드 베른하드 노벨(1833 ~1896)은 스웨덴 의 화학자, 발명가이며 고형폭탄을 완성하여 다이너마이트라는 이름을 붙였고, 우리가 잘 아는 세계최고 권위의 노벨상(1901년)을 만든 사람이다. 노벨상은 세계의 평화, 문학,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경제분야에 탁월한 성과를 달성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된다. 작가는 알란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다이너마이트를 제조한 노벨을 다시 만나고 기억하게 했다.
나는 작년 여름에 스웨덴의 그림같은 도시 스톡홀룸의 감라스탄에서 스웨덴궁전 바로 뒷 편에 자리잡은 노벨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여왕이 산다는 동화적분위기의 환상적인 아름다운 도시에서 여행자가 쉽게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할 정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노벨의 이야기가 쏙쏙 숨어 있는 책 곳곳에서 폭약이 20세기에 미친 영향과 책속에서 북유럽의 강국 스웨덴의 상품과 산업, 지리, 역사까지 들쳐보게 한 작가의 애국심에 갈채를 보낸다.
▷상하이작가의방
오지현(beckman2@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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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는 ‘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만들어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살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있다. 20대의 나이부터 50대의 나이까지, 다양한 감성과 삶의 배경을 가진 한국인들이 모였다. 매주 일요일 오전 두어 시간의 모임에서 똑같은 제목으로 두 꼭지의 글을 써서 공유하고 있다. 상하이저널이 진행하는 ‘책쓰는 상하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한국인 작가들의 글쓰기, 책쓰기, 시작법 등 공개 강의 과정에 함께 해왔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의 방’ 플랫폼은 상하이에서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예비 작가들을 격려했고 신인 작가를 발굴해내고 있다. ‘작가의 방’이 상하이 교민사회에서 인문적 삶의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뜨리며 문화 수준을 올리는데 기여해 나가리라 믿는다.
shanghaipark@naver.com [작가의방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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