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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지성감천(至誠感天)

[2015-04-21, 09:33:19] 상하이저널


고등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나는 새 학년 새 학기마다 아이들 뒷바라지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5살 터울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이리도 힘든 줄 진즉에 알았더라면 두, 세살 터울로 아이를 빨리 낳았을 것이다. 물론 터울이 적은 아이들을 키우는 분들도 여러 고충이 있겠지만, 고등과 초등의 차이로 인한 부모의 수고란 생각보다 엄청 고되다. 일단,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고, 아주 긴 세월을 육아에 전념해야 해서 육체적, 심리적 부담이 크다.


특히나 체력이 약한 나는 큰 아이에게 무게중심을 두며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보다. 오빠가 잘 되어야 동생도 잘 된다는 고리타분한 명분을 내세우며 내 자신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이런 나의 태도에 대해 딸의 불만이 있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실정이다.


고등학생 아들을 중심으로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고등 엄마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내가 고등학교 엄마들의 모임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고등 엄마들은 대부분 자식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에서 벗어난 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감정의 사치나 낭비가 없이 현실을 직시하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엄마와 우유와 자식의 상관관계’라는 유머를 떠올려보니 현실이 더욱 그러하다. 유치원 엄마들은 자기 자식이 천재인줄 알고 아인슈타인 우유를 먹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서울대’에 보낸다고 서울우유를 먹이고, 중학교에 가면 눈높이를 낮추어 연세우유를 먹이고, 고등에 들어가면 건국우유를 먹이다가, 수능 시험을 보면 지방대라도 보낸다며 저지방 우유를 먹인다는 유머가 괜히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고등 엄마들에게는 핑크빛 미래보다는 입시라는 현실 앞에서 많은 고민과 부담을 안고 있다. ‘희망고문’이라는 말은 고등 엄마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말이다. 조금만 더 뒷바라지 하면 될 것 같은데, 지금의 상황이 포기하기에는 아깝고 계속 밀고 나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을 ‘희망고문’이라 부른다. 이런 고문도 고2까지 누릴 수 있는 호사라고 한다.


막상 아이가 고3이 되어 입시생 부모가 되면 부모들은 모두 한마음 한 뜻이 되는 것 같다. 주변에 있는 입시생 엄마들을 보면 정말 다들 대단해 보인다. 심리적인 압박 속에서도 자식들을 위해 애쓰는 모습에 감동받을 때가 많다. 아마 부모가 아니라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4월도 이제 다 지나갔으니, 입시를 위해 한국으로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고3 엄마들은 모두 자식의 건강과 좋은 입시결과를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에 지극정성이다. 자신의 종교는 달라도 엄마들이 바치는 기도의 정성은 모두 한결같아 보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하게 된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든 정성을 다하면 아주 어려운 일도 순조롭게 풀리어 좋은 결과를 맺는다는 말이다. 지금은 많이 힘들고 지치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고3학생들과 그 뒤에서 묵묵히 뒷바라지하시는 부모님들께 좋은 결과가 있기를 나 또한 간절히 기도드린다.

 

▷산호수(samsim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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