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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헌 청소년백일장 대상수상작] 매화향기

[2015-04-30, 09:53:13] 상하이저널
고등부
매화향기
 
우리는 흔히 ‘피’는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피’라는 액체, 그 자체는 지워질지라도 피를 흘린 누군가의 한이나 의미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수없이 길었던 인간의 역사는 누군가의 피 흘림의 역사와도 같다. 수 많은 ‘피’ 가운데는 아무 의미 없이 흘린 피도 있고, 이와는 반대로 흘리지 않으면 안 되는 피도 있다.
 
여기, 그런 ‘피’가 있다.
‘피’ 한 방울이 떨어진다.
 
이와 동시에 고개를 올리는 한 청년이 보인다. 빼곡히 적힌 한 권의 책과 더 없이 맑게 타오르는 촛불이 있다. 표지에 ‘농민독본’ 이라 적혀있다. 그리고 그 옆의 ‘피’ 한 방울. 그것을 보며 조금은 허탈하게, 슬프게 웃는 앳된 청년이 있다. 일제의 교육은 받을 수가 없다며 14살의 어린 나이에 학교 교실을 박차고 나왔던 그 소년은 어느새 야학을 세워 배우지 못한 이를 계몽시키기 위해 책을 쓴다. 나라를 지키고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길은 나라의 기반인 농민을 계몽시키는 것 밖엔 없다는 그 청년은 이제 겨우 19살 이다.
 
‘피’ 한 방울이 다시 떨어진다.
상해에 도착한 기차에 한 사내가 있다. 나의 국토와 강산과 부모를 버리고라도 그 강의한 사랑을 따르기로 결심해 이 길을 택한 사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오직 나라를 위해 이 길을 택한 사내는 지금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모든 것을 떠올렸다 지워낸다. 한 두 방울 떨어지는 어린 시절 자신의 파편도 함께 보낸다. 농촌의 계몽보다 시급한 것이 민족과 나라의 자유임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는 그 청년은 이제 없다. 단지 마음을 굳게 먹은 한 사내가 있을 뿐이다. 굳게 맞잡았던 손에서 땀 한 방울이 떨어진다.

시간이 맞지 않는 시계와 뒤돌아 서 있는 선생이 보인다. 해방된 저 세상에서 함께 만나자던 그 선생을 통해 그는 마지막 미련을 떨치고 영광스런 길로 들어선다. 처음으로 폭탄 실험을 성공해 서로의 의지가 빛나던 날,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유언장을 가슴에 묻으며 사진을 찍던 날, 그는 언제나 선생과 함께였다. 몸은 함께하지 않지만 정신은 언제나 함께였던 그들. 이제 그 날이 밝고, 마침내 뚜렷해졌다.
 
매화 꽃잎이 한 장 떨어진다

태극기도 떨어진다

그와 함께 핏방울도 떨어진다
 
끝없는 혼란 속을 뚫고 들려오는 대한독립 만세와 그 사내의 머리를 내려치는 총구의 개머리판, 흩뿌려지는 피, 아득해지는 정신, 멀지만 뚜렷하게 보이는 단상 위의 시체. 피 범벅이지만 웃고 있는 사내의 얼굴 모두가 하나되어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그 상황이 모여 역사가 되었다.
 
1932년 12월 19일. 순백의 눈, 그 위에 흘러내린 불타듯 붉은 피.

사내는 그 어느 때 보다 편한 미소를 지은 채 쓰러진다. 순백의 하얀 눈이 그의 상처와 나라의 치욕을 덮는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눈은 서서히 나라의 울분을 매만지기 시작한다.
 
83년이 지나 새로이 맞이하는 4월, 임시정부엔 다시 매화가 핀다.
‘피’는 지워졌을지언정 임시정부와 루쉰 공원엔 그를 닮은 매화가 핀다.

그 소년, 그 청년 그리고 시리도록 빛나는 그 사내, 윤봉길.

아무도 용기내지 못한 일을 한 이름, 그의 정신이 남아 있다면 그 어느 보석보다 빛났을 것이다.

매화의 계절 그가 핀다.
 
▷전온유(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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