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국제시장’을 보며 우리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들이 얼마나 많은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고통을 받으셨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어머니, 아버지 연배의 어르신들을 만나면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 지면서, ‘참 힘든 세상을 살아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아마 나도 그 동안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 고난과 시련을 겪었기 때문에, 그분들의 인생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삶이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라 믿는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이 있듯이 나에게도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가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것과는 달리, 갈등과 시련은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참으로 어이없게 찾아온다.
나의 잘못도 책임도 아닌 일에 오해를 받거나 의심을 받을 때에는 더욱 견디어 내기가 어렵다. 이럴 때마다 난 나보다 세월을 더 살아내신 인생의 선배님들이 존경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할 자식들을 보며 안쓰러움을 느끼곤 한다.
나의 똑 부러지는 성격이 내 자신을 더 괴롭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불합리한 세상에 순응하며 살아가기가 참으로 쉽지 만은 않다. 이런 나에게 지인 한 분이 우생마사(牛生馬死)의 지혜를 이야기해 주셨다.
아주 커다란 저수지에 말과 소를 동시에 던져 넣으면 둘 다 헤엄쳐서 뭍으로 나온다고 한다. 말의 헤엄 속도가 훨씬 빨라 거의 소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땅을 밟는다고 한다. 그런데, 장마에 큰물이 지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한다.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말과 소를 동시에 던져 보면, 소는 살아서 나오는데, 말은 익사를 한단다. 그 이유는 말은 헤엄은 잘 치지만 자신을 떠미는 강한 물살을 이겨 내려고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가려 한단다. 한 20분 정도 헤엄치다 결국 힘이 빠져 익사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헤엄이 서투른 소는 물살의 흐름에 몸을 맡겨 조금씩 강가로 나와 목숨을 건진다는 것이다.
그분이 들려주는 우생마사(牛生馬死)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는 흡사 말과 같았다. 성질 급한 말처럼 내 능력만 믿고 상황을 해결하려고 발버둥 치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부끄러웠다. 느리지만, 소처럼 상황에 몸을 맡기고 둥실둥실 떠내려가 보는 것도 지혜임을 알게 되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순풍에 돛 단 듯이 일이 술술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일이 꼬여가기만 할 때도 있다. 앞으로는 그럴 때마다 마음의 여유를 지니고 우생마사의 지혜를 떠올려 보아야겠다.
▷산호수(samsimo@naver.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Today 핫이슈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