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구매액 2년새 36%↓, 면세점 중국인 매출 1위도 화장품이 패션 제쳐
한국을 방문한 '요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갈수록 줄면서 유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낮아진 연령대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요커들이 과거와 달리 명품이 아닌 저렴한 화장품·패션 상품을 집중적으로 장바구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면세점들은 명품을 선호하는 요커의 발길을 되돌리고, 동시에 '유행'을 중시하는 젊은 요커들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짜내고 있다.
◇ 명동 백화점·면세점 요커 1인당 구매액 11~36%↓
2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들어 20일까지 서울 소공동 본점을 찾은 요커의 구매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가량 늘었다. 아직 전체 매출 규모 측면에서는 '요커 특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요커 한 명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나'를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기간 요커 1인당 객단가(구매액)는 약 58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65만원)보다 11% 적을 뿐 아니라, 2013년(9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36%나 줄어든 것이다.
같은 건물의 롯데면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분기(1~3월) 요커 매출은 작년보다 50% 정도 늘었지만, 객단가는 2013년과 2014년 평균(90만원)보다 11% 적은 80만원에 그쳤다.
◇ 요커 인기품목, 명품·패션에서 싼 '화장품'으로
요커 1인당 구매액 감소는 결국 요커들이 그만큼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상품들을 사간다는 얘기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요커 선호 품목(매출 기준)은 ▲ 화장품 ▲ 패션 ▲ 시계·보석 등의 순서로 집계됐다.
앞서 2013년, 2014년 모두 '패션-화장품-시계·보석' 순으로 요커들의 구매가 많았던 것과 비교해, 올해 처음 화장품이 요커 선호 품목 1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 1~4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영플라자 포함)에서 요커들이 가장 많이 산(구매 건수·은련카드 기준) 브랜드도 중저가 패션의류·화장품을 취급하는 '스타일난다'였다.
2~3위 역시 각각 LG생활건강(화장품), 라인프렌즈(네이버 라인 관련 상품)로 명품·패션류와는 거리가 멀다.
◇ 엔화 약세, 젊어진 요커 등의 영향
유통업계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 환율 변화에 따른 명품 고객 감소 ▲ 요커의 평균 연령 하락 ▲ 개별 여행객 증가 등을 꼽고 있다.
우선 엔화·유로화 가치 약세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취급하는 해외 명품 가격의 메리트(잇점)가 다른 국가보다 줄었다.
여기에 한국을 찾는 요커 연령대의 중심이 명품을 선호하는 40~50대에서 저가 제품이라도 '유행'을 따르는 20~30대, 이른바 바링허우(80後·1980년 이후 출생 세대)로 옮겨가는 것도 요인의 하나다. 실제로 올해 초 KDB대우증권이 중국 최대 인터넷 여행예약 사이트 씨트립(Ctrip·携程) 통계를 분석한 결과, 바링허우가 방한 중국 여행객 가운데 60%나 차지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엔화 약세로 일본 현지 가격이 낮아져 고가 패션 제품의 매출 성장은 둔화되는 추세"라며 "그러나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산 화장품 인기는 더 높아져 요커 구매 품목 중 화장품 매출이 패션 매출을 올해 처음 앞질렀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도 "에비뉴엘(명품관) 매장 직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작년보다 명품매장을 찾는 중국 고객 수가 10~2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더구나 중국인들이 점차 해외 여행에 익숙해지면서 단체 여행이 아닌 개별 여행 형태로 한국을 방문하는 추세도 백화점·면세점 업계로서는 달갑지 않다. 무리 지어 관광하지 않는 젊은 요커들은 그만큼 백화점보다는 홍대·가로수길(신사동) 등을 직접 찾아 물건을 구입하고 맛집을 체험하는 이른바 '스트리트 쇼핑'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요커(중국인 관광객) 등으로 북적이는 서울시내 한 면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