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공감 한줄]
김지하에서 안도현까지
시인의 삶, 诗 세계 제대로 이해하기
상하이저널이 주최하고 윤아르떼가 후원하는 ‘책쓰는 상하이’ 덕분에 상하이에서 한국의 저명한 시인을 만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신현수, 김용택, 손세실리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과 만나면서 땅 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시에 대한 관심이 새록새록 올라오던 중 책꽂이 한 쪽 귀퉁이에 잠들어 있던 책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2002년 초판이 나온 이래 꾸준히 발행되고 있는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김지하에서 안도현까지 총 23명 시인들의 삶과 시(诗)세계가 한 권으로 엮어져 있는 책이다.
작가가 초판 여는 글에서 ‘책으로 엮을 작가의 선정 기준을 시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시인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무게를 골고루 두었다’고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에 수록된 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일반 사람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면들이 많다. 이 책을 통해 평범과는 다소 거리가 먼 시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쓴 시의 세계를 그들의 삶과 더불어 산책하다 보면 비록 시와 거리가 먼 사람일지라도 그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여기에는 신경림 시인이 풀어내는 맛깔스런 글솜씨가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마치 무성 영화가 변사의 풍부한 성대모사를 통해 통해 생기와 감동을 관객에게 선사하는 것과 흡사하다고나 할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초중고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를 통해 다양한 시를 접했다. 그리고 시의 매력에 빠지기도 전에 시를 난해한 것으로, 특별한 사람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치부해 버린 것 같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나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첫째는 시인이 시를 어떤 의도로 썼든지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시가 전해주는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중요하다는 시어(?)에 밑줄을 긋고, 선생님의 설명을 맹목적으로 받아적어 외우는 형태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그 결과 시를 제대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둘째는 시를 현실과 거리가 먼 것이라 생각하고, 사회로 나온 이후 시를 등한시 한 것이다. 그리하여 시를 논하고 즐기는 것을 문학에 어느 정도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행위로 인정해버렸다는 것이다.
세상사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한번 보고도 쉽게 이해되는 시가 있고,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시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어려운 시를 이해하게 되고 그 묘미를 터득했을 때의 기쁨이란 아마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우리에게 시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신의 방법으로 가이드하고 있다. 시라는 것이 인간의 삶과 무관하지 않기에, 시인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게 되면 그 시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알게 되고, 그러면 시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는 방식이다. 다산 정약용이 아들에게 주는 편지에서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것이 어찌 시겠느냐 非忧非诗也”란 말을 했듯이, 시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안테나가 좀 민감하며, 그 민감함으로 인해 현실참여가 두드리진 사람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인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가 아닌가 싶다. 조용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이선관 시인의 시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이선관
여보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약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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